헝가리 우파 여당, 부다페스트 시장 선거서 패배(종합)
개표율 74%…"현 시장, 야권 후보에 축하 전화"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보수 우파 성향의 여당 피데스(Fidesz)가 13일(현지시간) 진행된 지방 선거에서 수도 부다페스트를 야권에 내줬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35분 현재 개표율이 74% 진행된 가운데, 야권 후보들이 여러 지역에서 선전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부다페스트 시장 선거의 경우 중도 좌파 성향의 야권 후보 게르게이 커러초니(44)가 50%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앞서고 있다.
여당의 지원을 받는 이슈트반 터를로시 현 시장은 45%를 얻는 데 그치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터를로시 시장이 커러초니에게 전화해 축하했다며 커러초니의 승리를 확정하는 분위기다.
오르반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터를로시 시장은 2010년 당선된 이후 부다페스트 시장직을 유지해왔으나, 이번 선거 결과로 임기를 연장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오르반 총리는 2010년 집권한 이후 치러진 주요 선거에서 처음으로 패배를 맛보게 됐다.
야권은 부다페스트를 제외한 다른 22개 주요 도시에서도 선전을 펼치고 있다.
AP 통신은 야권이 이 중 9개 도시에서, 여당 피데스는 13곳에서 앞서고 있다고 밝혔다.
5년 전 지방 선거에서는 피데스가 부다페스트를 포함해 20개 도시에서 승리했다.
헝가리의 이번 지방 선거는 같은 날 치러진 폴란드의 총선과 함께 유럽 내 민족주의 운동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으로 점쳐졌다.
특히 헝가리의 경우 반(反) 이주민으로 대표되는 보수 성향의 민족주의 정당인 피데스가 대중적 지지를 기반으로 언론과 사법부 등을 장악하는 등 장기 집권 체제를 다져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선거 직전 불거진 피데스 소속의 졸트 보르커이 죄르 시(市) 시장의 성 추문은 당의 앞길에 먹구름을 드리웠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피데스는 기독교적인 가치관과 가족주의를 기치로 하고 있어 이번 스캔들이 지지층의 동요를 부를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에 터를로시 부다페스트 시장은 선거를 앞두고 현지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올림픽 체조 선수 출신인 보르커이 시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의 실망스러운 결과에도 오르반 총리가 반 이민 정책, 언론 장악, 총리실을 중심으로 한 중앙 집권적 권력 구조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진단했다고 AP는 전했다.
한편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약 50%로, 헝가리가 1990년 민주주의로 전환한 이후 치른 지방 선거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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