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발원지 튀니지서 오늘 대선 결선 투표
법학교수 출신 정치신인 사이에드와 언론계 거물 카루이 대결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2011년 '아랍의 봄'의 발원지인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13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가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튀니지에서 8년 전 민중봉기로 독재자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당시 대통령이 축출된 뒤 두 번째로 치러지는 민주적인 대선이다.
당초 대선은 올해 11월 17일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7월 25일 베지 카이드 에셉시 대통령이 건강 악화로 별세하면서 일정이 앞당겨졌다.
대선 결선에 나선 후보는 법학 교수 출신 카이스 사이에드(61)와 언론계 유명 인사 나빌 카루이(56)다.
사이에드는 지난달 17일 대선 1차 투표에서 18.4%를 득표해 후보 26명 가운데 1위에 올랐고 카루이는 15.6%의 득표율로 2위를 기록했다.
두 후보 모두 그동안 정치권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정치 아웃사이더'로 꼽힌다.
AFP통신 등 외신은 누가 튀니지 대선의 최종 승자가 될지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무소속의 사이에드는 솔직한 성격과 깨끗한 이미지를 앞세워 기성 정치인들에 실망한 젊은 층으로부터 큰 지지를 얻었다.
사이에드는 사형제도를 지지하는 등 보수 성향으로 평가된다.
그는 유권자들에게 부패를 척결하고 중앙정부의 권력을 분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외신에 따르면 대선 1차 투표가 끝난 뒤 튀니지 의회의 제1당인 온건 이슬람 성향 '엔나흐다'는 사이에드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사이에드와 맞서는 카루이는 민영 TV 방송국 '네스마'를 소유하고 있고 2017년 '칼릴 투네스 재단'을 설립해 빈민 지원 활동으로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카루이는 올해 6월 진보 성향 정당 '칼브투니스'를 창당하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지난 8월 23일 돈세탁과 탈세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구금 기간 TV토론을 비롯한 대선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던 그는 대선 결선을 불과 나흘 앞둔 지난 9일에야 풀려났다.
그가 이끄는 칼브투니스는 지난 6일 치러진 의회 총선에서 38석을 확보해 엔나흐다(52석)에 이어 2위로 선전했다.
카루이는 튀니지의 빈곤을 막고 극단주의자들과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튀니지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드물게 정치적 민주화에 성공하고 여성 인권 문제 등에서 진보적인 국가로 꼽힌다.
그러나 현재 높은 실업률과 물가 급등에 따른 경제 문제로 국민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튀니지의 실업률은 현재 약 15%이고 이 가운데 젊은 층 실업률은 3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AFP에 따르면 2016년 이후 튀니지 국민의 생활비는 30% 이상 늘었다.
noj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