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트럼프 통화 문제 될 내용없어…美원조 등 논의안해"

입력 2019-10-11 19:14
젤렌스키 "트럼프 통화 문제 될 내용없어…美원조 등 논의안해"

기자회견서 밝혀…"美대선 개입될 수 있는 '트럼프 발언 논평' 하고 싶지않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아들 관련 조사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 문제될 게 아무 것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인터넷 매체 뉴스루와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젤렌스키는 "(트럼프와) 여러 번 전화 통화를 했지만, 이 통화들은 양국 관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서 "우리들의 통화는 어떤 식으로든 무기(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원조)나 (우크라이나 가스회사) '부리스마' 등과 연관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바이든의 아들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있다"며 조사를 종용했다는 '우크라이나 의혹'으로 미 하원의 탄핵 조사를 받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바이든 부자 관련 의혹은 지난 2016년 현직 부통령이던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측에 빅토르 쇼킨 당시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위협했다는 주장을 근거로 한 것이다.

그 무렵 바이든의 아들 헌터가 이사로 있던 우크라이나 가스회사 '부리스마 홀딩스'가 현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는 점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아들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 쇼킨 총장 해임을 요구한 것이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가 내년 대선의 민주당 후보로 유력한 자신의 정적 바이든을 흠집 내기 위해 외국의 도움을 받으려 했다는 의혹이 부각되면서 해당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로까지 번졌다.

젤렌스키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 프로그램을 중단한 것은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통화 이전이었다면서 실제 통화에선 이 문제와 관련한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화를 할 때는 미국이 군사원조를 중단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면서, 오히려 "통화 뒤에 미국이 군사원조 중단을 해제했고, 1억4천만 달러의 원조를 추가했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는 '트럼프의 요청으로 (우크라)검찰총장에게 바이든 사건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나'라는 질문에는 "나는 미국 검찰이 우리 검찰과 협력할 수 있도록 이 사건(바이든 관련 사건)을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면서 "나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바이든 부자가 관련된 우크라이나 가스회사 부리스마 조사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지만 자신이 우크라이나 검찰에 직접 조사를 지시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젤렌스키는 이어 '부리스마의 활동에 대해 조사해 달라는 트럼프의 요청이 비리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논평하고 싶지 않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그는 "트럼프가 말한 것에 대해선 내가 아니라 미국의 법률(사법기관)이 논평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이는 미국 선거에 대한 개입이 될 것"이라면서 "(트럼프 측의) 압박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어떤 미국 정치인도 지지할 수 없다. 만일 여러분이(미국이) 매일 자신들의 문제에 우크라이나를 끌어들이면 이는 미국과 우리 관계(미-우크라 관계)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면서 "나는 트럼프에 대해 매일 말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겐 우리의 문제가 있다"고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