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합동단속반 나올라"…강남권 중개업소 곳곳 문 닫아
반포·대치·잠실 등 중개업소 곳곳 철시…"문닫고 전화업무만"
정부 오늘 실거래가 점검 착수, 14일 현장 조사 예고…마용성도 "단속 나오면 문 닫을 것"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홍국기 기자 =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중개업소 합동단속이 예고된 가운데 11일 강남권 주요 아파트 단지의 중개업소들이 문을 걸어 잠갔다.
아직 정부 합동 단속반이 현장 조사에 나서기 전이지만 이날부터 실거래가 점검에 들어가면서 벌써 '대비'에 나선 것이다.
특히 이번 합동조사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물론 행정안전부·국세청·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총동원돼 전방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지 중개업소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은 상당수 중개업소가 문을 닫고 '깜깜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반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오전에 잔금 처리할 게 있는데 오늘부터 집중단속이 시작된다고 해서 잠깐 사무실에 나왔다가 일보고 들어가는 길"이라며 "직원들도 모두 퇴근시켰다"고 말했다.
반포의 또다른 중개업소 대표도 "단속반이 언제 나올지 몰라서 사무실 문은 닫고 전화연결만 시켜놓은 채 밖에 나왔다"며 "일부 업소는 불을 꺼놓고 잔무를 보는 곳도 있는데 대부분 신규 중개 영업은 중단한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중개업소 대표는 "보통 주말에는 미리 약속을 하고 오는 손님들이 많은데 일단 금주 주말은 상담이 어렵겠다고 돌려보내고 아예 약속을 잡지 않고 있다"며 "주말에도 대부분 정상 영업은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도 이날 상당수 중개업소가 문을 닫았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오늘부터 단속을 시작한다고 해서 일단 문을 닫아놓은 것"이라며 "기존 계약자들이 계약업무 등으로 걸려오는 전화만 받는 정도"라고 했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신축 아파트로 주목받은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단지도 군데군데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치동의 또다른 중개업소 사장은 "과거에도 단속반이 뜨면 인근 커피숍이나 미용실 등에서 만나 상담을 하거나 계약서를 쓰곤 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광경이 연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일대도 대부분의 중개업소가 문을 닫고 공식영업을 중단했다. 셔터 문을 내리고 사무실 안에서 대기하거나 필요한 손님은 밖에서 만나는 식이다.
잠실동의 중개업소 대표는 "비정상적인 거래를 해서가 아니라 사소한 실수라도 걸리면 피곤하기 때문에 문을 닫는 것"이라며 "당분간 정상 영업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일대 중개업소는 아예 단체 야유회를 떠났다.
둔촌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원래 잡혀 있던 야유회를 간 것"이라며 "다만 단속이 예고된 만큼 주말을 기점으로 당분간 정상 영업은 힘들지 않겠느냐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정부가 예고한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비강남권은 아직 단체로 문을 닫거나 영업을 중단한 분위기는 아니다.
일단 강남쪽 상황을 지켜본 뒤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속반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대부분의 중개업소가 철시(撤市)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용산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강남쪽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중개업소끼리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며 "이번 단속의 성격이 기존과는 다르고 강도도 높다고 하는데 괜히 꼬투리를 잡히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성동구 옥수동의 중개업소 사장은 "다른 지역에 조사가 뜨면 부동산끼리 정보 공유가 되고 이어서 단속반이 나오면 당연히 문을 닫을 예정"이라며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엉뚱한 명목으로 영업정지를 당할 수도 있어서 문을 닫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정부의 합동단속과 상시 단속 계획에 대해 현지 중개업소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는 "정부가 집값이 안잡히니 애꿎은 중개사한테 화살을 돌린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마포구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이상 거래가 있을 만큼 거래가 많았던 것도 아니고 가격이 뛴 것도 아닌데 왜 타깃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가을 이사철이라 실수요자들의 매수 문의도 있었고 전세 거래도 해야 하는데 이번 단속 때문에 영업에 지장이 올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강남 일부 고가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단속을 불편해하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강남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워낙 고가주택이다 보니 사업자 대출을 받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집을 사거나 증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의심사례로 꼽힐까 봐 걱정하는 매수자도 있더라"라며 "당분간 거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토교통부는 오늘부터 관계부처 합동 실거래가 의심사례 분석에 착수했다. 14일부터는 강남 등 의심사례가 많은 단지를 중심으로 직접 현장 단속에 나선다.
sm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