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정페이 "구글 못 써 매출 100억달러 줄어도 괜찮아"
"2∼3년이면 훙멍OS, 애플 iOS와 견줄 수 있을 것" 주장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국의 제재로 자사 스마트폰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를 정식으로 깔지 못해 유럽 등 해외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 중인 화웨이(華爲)의 창업자가 단기적으로 큰 규모의 매출 손실을 감수할 수 있다면서 자신감을 피력했다.
11일 화웨이에 따르면 런정페이(任正非)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19일 진행된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Fortune)과 인터뷰에서 "100억 달러가량의 수입이 줄어들더라도 우리에게는 큰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화웨이의 새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를 탑재하지 못해 유럽 시장에서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취재진의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미국 정부의 제재 여파로 화웨이는 최근 내놓은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메이트 30 시리즈에 정식 구매 버전이 아닌 오픈 소스 버전의 안드로이드를 설치했다.
화웨이는 중국 시장에서는 메이트 30 판매를 시작했지만 유럽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는 출시 시기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현지 소비자들이 구글의 애플리케이션 장터인 플레이스토어와 유튜브, 구글 검색, 구글 지도, 지메일 등 구글의 앱도 설치할 수 없는 메이트 30을 외면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웨이 측은 런 CEO의 발언처럼 유럽 등 해외 스마트폰 부진으로 인한 타격은 회사 전체 규모에 비춰봤을 때 전반적으로 제한적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올해 상반기 화웨이의 매출액은 4천13억 위안(약 564억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23.2% 증가했다.
과거 통신장비 분야에 주력하던 화웨이는 스마트폰 등 단말기, 전산망 구축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또 해외 시장에서 작지 않은 타격을 받았지만 '애국 열풍'에 힘 입어 중국 시장 점유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해외시장 손실분을 상당 부분 만회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이 고위급 무역 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9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화웨이 수출 규제를 일부 완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화웨이 제재를 일부 완화해도 '민감하지 않은 물품'에 한정할 예정이어서 화웨이가 바라는 안드로이드 등 구글의 소프트웨어를 계속 쓸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런 CEO는 장기적으로 안드로이드를 계속 쓰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OS인 '훙멍(鴻蒙)' 연구개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지난 8월 훙멍을 공식 발표했다.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 외에도 태블릿PC, TV, 인공지능 스피커, 자동차 등에서 두루 쓰이는 범용 OS 목적으로 개발된 훙멍은 아직 화웨이의 TV에만 탑재됐다.
런 CEO는 "2∼3년 안에, 혹은 그보다 빨리 훙멍이 애플의 iOS와 견줄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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