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쿠르드 공격 이틀째 11개 마을 점령…양측 수십명 사망(종합)
민간단체 "SDF 29명·터키 진영 17명 전사"…터키 매체 "228명 제압"
SDF "터키 진영 부대원 22명 제거"…터키군서도 첫 전사자 나와
적신월사 "교전지역 주민 40명 사상"…구호기구 "국경 주민 7만명 피란길"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시리아 북동부에서 쿠르드 민병대 소탕 작전을 전개한 터키군이 공군력 등 절대 우위 전력을 앞세워 빠르게 쿠르드 마을을 장악해 나갔다.
터키군과 이에 협력하는 시리아 무장대원들이 '평화의 샘 작전' 개시 이틀 째인 10일(현지시간)까지 시리아 북동부에서 쿠르드 마을 11곳을 점령했다고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이 보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두고 시리아 사태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알렸다고 평가받는 민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도 11개 마을이 터키군 수중에 떨어졌다고 보고했다.
앞서 9일 오후 터키는 평화의 샘 작전에 돌입했다고 선언하고 국경을 넘어 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 지역으로 진격했다.
아나돌루 보도에 따르면 10일 오후까지 쿠르드 민병대원 228명이 제거·생포되거나 다치는 등 무력화됐다.
앞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09명을 무력화했다고 소속 '정의개발당'(AKP) 행사에서 밝혔다.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주축으로 구성된 '시리아민주군'(SDF)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주장이 전사자와 부상자 수를 부풀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SDF의 일부 소셜미디어 계정은 SDF가 잘랍강(江) 동쪽에서 터키군의 공격을 물리쳤으며 터키군 측 부대원 22명을 제거했다고 밝힌 것으로 영국 국영 BBC 방송이 전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SDF 대원 29명과 친(親)터키 시리아 반군 부대원 17명이 각각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터키 군에서도 첫 전사자가 나왔다.
터키 국방부는 10일 작전 지역에서 군인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고 공개했다.
지난 5년간 수니파 극단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국제동맹군의 지상군 주력으로 싸운 SDF는 터키군에 맞서느라 모든 대(對)테러작전을 중단했다고 익명의 미국 당국자 3명이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주민 인명피해 소식도 이어졌다.
쿠르드 적신월사(赤新月社, 적십자에 해당하는 이슬람권 기구)와 시리아 북동부의 활동가 단체 '로자바 정보센터'는 라스 알아인과 까미슐리 등에서 주민 11명이 목숨을 잃고 28명이 중상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알렸다.
시리아인권관측소도 시리아 북동부 주민 10명이 숨졌다고 보고했다.
터키군의 공격에 맞서는 쿠르드 민병대의 박격포와 로켓포 반격으로 터키 쪽 국경 지역에서도 '9개월 시리아인 아기'를 포함해 6명이 숨졌다고 터키 지방 당국자가 말한 것으로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서로 주장이 엇갈려 전선의 명확한 상황을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첫날부터 치열한 교전으로 양측에서 이틀간 50명 안팎이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SDF는 지난 5년간 IS 격퇴전에서 실전 경험을 쌓았지만, 공군력과 첨단 무기가 없어 전력 면에서 절대 열세다.
터키 외무부는 공습 작전 범위가 시리아 국경 안쪽으로 30㎞까지라고 앞서 설명했다. 터키군은 국경을 따라 120㎞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서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국경 도시 탈아브야드에서 가장 치열전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공습과 포격 아래 파괴되는 마을을 뒤로한 채 시리아 북동부 주민 수만 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유엔인도주의조정국(UNOCHA)은 터키군의 공격으로 시리아 북동부 국경에서 약 7만명이 도망쳤다고 추산했다.
구호단체 국제구호위원회(IRC)도 피란민이 6만4천명에 이른다고 보고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도 피란민 수를 6만여명으로 파악했다.
IRC의 미스티 버스웰은 "이 일대 난민 캠프는 IS 조직원 가족으로 이미 정원 초과 상태인데, 공세가 계속되면 피란민이 30만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르웨이 난민회의'와 '자비군(軍)' 등 14개 인도주의 기구는 시리아 북동부 국경으로부터 5㎞ 이내 주민 45만명이 위험에 처했다고 국제사회에 경고를 보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군사작전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유럽 상임이사국 5개국은 터키에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군사행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프랑스는 IS 격퇴 국제동맹군 참가국 긴급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시리아 북동부에서 군대를 철수, 터키에 쿠르드 공격 길을 터준 미국은 군사행동 중단 촉구에 동참하지 않았다.
9일 터키군의 공격이 시작된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터키와 쿠르드는) 서로 수백 년간 싸운 사이"라면서, 터키군의 공격이 양측의 역사적 갈등 관계에서 비롯됐을 뿐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서방 유럽 각국의 비판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유럽의 '아킬레스건'인 난민 문제를 또다시 꺼내 협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0일 AKP 행사에서 "우리 작전을 침공이라고 비판하면 우리가 할 일은 간단하다"며 "난민 360만명에게 유럽으로 가는 문을 열어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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