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줄리아니 측근들 기소되자 "난 모르는 사람들" 거리두기
함께 찍힌 사진에 대해서는 "모든 이들과 사진 찍는다" 해명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의혹'에서 핵심 인물로 지목된 자신의 개인변호사 루디 줄리아니의 측근들이 기소되자 "난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거리두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사실은 있다고 시인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뜰)에서 기자들을 만나 "나는 그들을 모른다. 그들에 대해서 알지 못하며,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뉴욕 연방검찰이 줄리아니의 활동을 도운 우크라이나 출신 사업가 리브 파르나스와 벨로루시 출신의 이고르 프루먼을 선거자금법 위반과 공모 등 4개 혐의로 기소한 직후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여러 매체에 실린 것과 관련해서는, "내가 그들과 사진을 찍었을 수는 있다. 나는 모든 사람과 사진을 찍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다수의 미국 언론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줄리아니 변호사, 기소된 2명의 사업가 파르나스, 프루먼과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진이 어느 모금행사에서 찍혔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들은 루디의 고객들이었을 것"이라며 "여러분들은 루디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르나스와 프루먼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미국 정치인들에게 외국자금을 불법으로 전달한 혐의로 지난 9일 저녁 워싱턴DC 인근의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이들은 당시 편도 티켓만 소지한 채 국제선 비행기에 오르려다 저지 당했다. 또 체포 당일 점심을 워싱턴DC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에서 줄리아니와 함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뉴욕 검찰은 이들과 다른 2명의 피고인이 미국 정치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미국 정치인에게 자금 지원을 획책해 미국법을 위배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의 요청에 따라 미 하원의원의 재선을 위한 선거운동 지원을 약속하면서 해당 의원에게 우크라 주재 미국대사의 해임을 위해 힘써 달라고 요청하는 등 로비한 혐의를 받는다.
러시아 사업가의 자금을 받아 트럼프 재선을 지지하는 '아메리카 퍼스트 액션'이라는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에 32만5천달러를 기부한 혐의도 있다. 선거자금법상 외국인은 미 선거운동에 자금 기부가 금지돼 있다.
미국 언론은 또 이들이 트럼프 측이 민주당 대선경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 수사할 것을 우크라이나에 종용하는 과정에서 줄리아니를 도왔다고 보도하고 있다.
뉴욕 검찰의 기소장에는 줄리아니의 이름이 명시돼 있지 않고, 그가 이들의 계획에 관여됐다는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지만, 수사 당국은 줄리아니와 이들의 관계, 이들 사이의 자금 거래 등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줄리아니가 기소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루디와 이야기를 해보지 않았지만, 내가 들은 바로는 우리가 이 문제와 무관하다고 한다"고 답변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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