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이어 하원도 '시리아 침공' 터키 제재 추진
공화당 하원의원 29명 터키 제재 법안 발의 발표
'동맹배신' 비난에 트럼프, 터키-쿠르드 중재 의향 밝혀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에 대한 미국 내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상원에 이어 하원에서도 시리아 북동부를 침공한 터키를 제재하는 법안 발의가 추진된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9명의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날 터키의 쿠르드 공격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터키 제재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료인 공화당 의원들이 주축이 된 하원의 터키 제재 추진 발표는 상원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강력한 터키 제재 법안을 공동 발의하겠다는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29명의 공화당 하원의원에는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와 스티브 스칼리스 원내총무 등 당 지도부가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은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침공에 대한 강한 대응을 원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하원 공화당 지도부인 리즈 체니 의원은 성명을 통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그의 정권은 북부 시리아에 있는 우리의 쿠르드 동맹을 무자비하게 공격한 것에 대한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주도한 터키 제재 법안이 어떻게 다뤄질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갑자기 정책을 바꿔 시리아 북동부에서 미군을 철수한다고 밝힘으로써 터키가 그 지역을 침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후 터키는 9~10일 '이슬람국가'(IS) 무장단체와 맞서 미군과 함께 싸웠던 쿠르드 민병대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수십 명이 죽고 수천 명이 피난을 가야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북동부 미군 철수 결정은 트럼프의 우군인 공화당 의원들로부터도 비난받고 있다.
공화당의 친(親)트럼프계 중진으로 트럼프를 엄호해온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민주당의 크리스 반 홀렌 의원과 함께 상원에서 터키 제재 법안을 주도하고 있다.
그레이엄 의원은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시리아 철군 결정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의 대통령 임기에서 가장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미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이 워싱턴DC에서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시리아 철군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향후 중동 지역 내 혼돈을 가중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IS 격퇴전에 동참한 동맹인 쿠르드를 배신했다는 비난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터키와 쿠르드 간 합의를 위한 중재에 나설 의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면서 그들의 의도는 터키 정부에 반격을 가하는 것이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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