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민간인 피해 부각…쿠르드 공격 명분 강조하는 터키

입력 2019-10-11 05:18
자국 민간인 피해 부각…쿠르드 공격 명분 강조하는 터키

터키 국방부, 트위터에 민간인 피해 사진 올리고 보복공격

터키 언론, 민간인 6명 사망 등 자국 피해 적극 보도

쿠르드 민간인 9명 사망·6만명 피란…쿠르드 피해가 더 커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테러리스트를 몰아낸다는 명분을 내세워 쿠르드족이 통제하는 시리아 북동부로 진격한 터키가 자국의 민간인 피해를 부각하고 있다.

터키의 공격에 쿠르드 민병대(YPG)가 반격하자, 이에 피해를 본 민간인을 내세워 YPG가 테러 조직이라는 주장을 강화하고 공격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터키 국방부는 개전 둘째 날인 1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쿠르드노동자당(PKK)/쿠르드 민병대(YPG) 테러리스트가 박격포와 로켓으로 민간 지역을 공격했다"는 글을 올리고 공격을 받아 파괴된 건물 사진을 게재했다.

이어 구급차가 부상자를 후송하는 사진과 함께 "인도주의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 잔인한 PKK/YPG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무고한 민간인이 부상했다"고 적었다.

약 2시간 후 국방부는 트위터에 다시 글을 올리고 "PKK/YPG 테러리스트는 또 한 번 인도주의에 반하는 악랄한 범죄를 저질렀다. 시리아 국경 아크자칼레 마을을 박격포로 공격해 유아를 포함해 민간인 2명이 숨졌다"고 비판했다.

곧이어 포병대가 시리아 북동부를 향해 포격하는 영상과 함께 "터키군은 오늘 무고한 시민을 살해한 PKK/YPG 테러리스트를 무력화하고 그 진지를 파괴했다"는 글을 올리고 보복 공격에 나섰음을 알렸다.

국방부가 트위터에서 언급한 PKK는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터키 내 테러조직이다. 1978년 창설된 PKK는 폭력주의 노선을 채택하고 40년 넘게 테러를 자행해 왔다.

터키 정부는 지난 40여년간 PKK의 테러에 희생된 사람의 수를 4만명 이상으로 추산한다.



시리아 쿠르드족의 민병대인 YPG는 PKK와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하지만, 터키는 YPG가 PKK의 시리아 지부라고 주장한다.

시리아 북동부에서 PKK와 연계한 테러조직인 YPG를 몰아내고 터키와 시리아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터키가 내세운 명분이다.

터키가 자국 민간인의 피해를 강조하는 것은 YPG가 PKK와 같은 테러조직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터키 언론도 자국의 민간인 피해를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터키 최대 일간 휘리예트와 데일리 사바흐,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 등은 민간인 사망자 수는 물론 부상자 수와 피해 현장 사진 등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특히, 일부 매체는 생후 9개월 된 유아의 시신 사진까지 여과 없이 보도하기도 했다.

이들 터키 매체에 따르면 쿠르드족의 공격으로 민간인 6명이 사망하고 70명이 부상했다.

그러나 터키군의 선제공격으로 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족 민간인이 입은 피해는 터키 매체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전날 개전과 함께 터키군은 전투기와 포병대를 동원해 181곳을 공격했고, 중화기라고는 박격포 몇 문밖에 없는 쿠르드족은 속수무책으로 터키군의 포화를 맞아야 했다.

YPG가 주축을 이룬 쿠르드 전투부대인 시리아민주군(SDF)은 이날 오후 10시께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터키의 공습과 포격으로 지금까지 민간인 9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는 개전 하루 만에 시리아 북동부 국경도시에서 6만명이 피란길에 올랐다고 전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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