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서 13일 대선 결선투표…'정치 아웃사이더' 무대
법학교수 출신 사이에드 vs 언론계 거물 카루이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2011년 '아랍의 봄' 발원지인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대선 결선 투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누가 차기 대통령에 오를지 주목된다.
오는 13일 실시될 대선 결선의 후보는 법학 교수 출신 카이스 사이에드(61)와 언론계 유명 인사 나빌 카루이(56) 등 2명이다.
사이에드는 지난달 17일 1차 투표에서 18.4%를 득표해 1위를 기록했고 카루이가 15.6%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했다.
사이에드와 카루이 모두 그동안 정치권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은 '정치 아웃사이더'라는 점에서 이변으로 평가된다.
이번 대선에는 유세프 샤히드 총리, 압델카리 즈비디 전 국방장관 등 쟁쟁한 인물들이 출마했으나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변화를 선택한 셈이다.
튀니지는 2011년 1월 시위를 통해 20년 넘게 장기 집권한 독재자 벤 알리 전 대통령을 몰아낸 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드물게 정치적 민주화에 성공한 국가로 꼽힌다.
그러나 현재 높은 실업률, 물가 급등 경제 문제로 국민의 불만이 많다.
사이에드는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않은 정치 신인으로 튀니지 정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그의 측근들은 올해 4월 학생이 대부분인 지지자들이 사이에드의 대선 출마를 설득했다고 밝혔다.
사이에드는 솔직한 성격과 청렴한 이미지, 헌법 전공 등의 경력으로 젊은 층의 지지를 얻었다.
특히 선거 자금이 별로 없고 언론 인터뷰도 많이 하지 않았지만,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고 현장에서 유권자들과 만남에 공을 들였다.
사이에드는 사형제를 지지하는 등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으로 평가된다.
그는 유권자들에게 튀니지의 당면 문제가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데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며 부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외신에 따르면 대선 1차 투표가 끝난 뒤 튀니지 의회의 제1당인 온건 이슬람 성향 '엔나흐다'는 사이에드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사이에드와 맞설 카루이는 언론계 거물로 통한다.
카루이는 튀니지 민간 TV방송국 '네스마'를 소유하고 있고 2017년 '칼릴 투네스재단'을 설립해 빈민 지원 활동을 하면서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네스마TV는 '아랍의 봄' 당시 반체제 인사들이 정치적 의견을 개진하는 통로 역할을 했다.
카루이는 올해 6월 진보 성향 정당 '칼브투니스'를 창당하고 대권을 노리고 있지만 이번 대선 결선에 오르기까지 쉽지 않았다.
지난 8월 23일 돈세탁, 탈세 등의 혐의로 체포되면서 TV토론을 비롯한 대선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카루이의 지지자들은 정치적 탄압이라고 반발하며 법원에 그의 석방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카루이는 튀니지 항소법원의 명령으로 지난 9일 대선 결선을 불과 나흘 앞두고 풀려났다.
튀니지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카루이가 이끄는 칼브투니스는 지난 6일 치러진 의회 총선에서 38석을 확보해 엔나흐다(52석)에 이어 2위로 선전했다.
카루이는 2014년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얻은 세속주의 정당 '니다투니스'에서 활동하다가 2017년 탈당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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