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정부 "야권인사 나발니가 이끄는 단체는 '외국 대행기관'"
주기적 회계감사 등 감시강화 수순…나발니, "활동 방해하려는 것" 반발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러시아 법무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이끄는 단체를 '외국 대행기관'(foreign agent)으로 지정했다.
영국 BBC와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러시아 법무부가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인사이자 반부패 운동가인 나발니가 운영하는 반부패재단(FBK)을 외국 대행기관으로 등록했다고 9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FBK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감시가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BBC 등은 전망했다.
러시아에서는 2012년 시행된 법에 따라 외국에서 후원금을 받고 국내 정치 활동에 가담하는 시민단체는 당국에 외국 대행기관이라고 자진 신고해야 한다.
이 경우 정부의 주기적인 회계 감사를 받게 되며, 당국 요구에 불응할 땐 활동이 정지될 수도 있다.
블라디미르 티토프 러시아 법무부 민간기구 담당 부서장은 인테르팍스 통신에 스페인과 미국에서 FBK로 약 2천달러(약 240만원)가 송금된 사실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FBK 측은 이번 조치가 자신들의 활동을 방해하려는 정부 시도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나발니는 9일 트위터로 "FPK는 단 1코펙(러시아 화폐단위·0.01 루블)의 외국 돈도 받지 않았다"며 "법무부 조치는 완전히 불법이고, 명백히 푸틴이 직접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당국은 올해 들어 나발니와 FBK를 여러 차례 압박해왔다.
지난 7월 나발니가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모스크바에서 주도하는 공정선거 촉구 시위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자, 나흘 뒤 경찰은 그를 '불법 시위 선동' 혐의로 체포했다. 그는 구류 처분을 받고 30일간 수감됐다.
다음 달 시위가 절정에 달하자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는 FBK의 돈세탁 혐의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
이 수사의 일환으로 경찰은 FBK 직원들 사무실을 200회 이상 급습했다고 WP는 전했다.
또, 지난 8일 모스크바 경찰은 나발니 등 시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시위 관리에 든 비용 약 180만루블(약 3천3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WP는 러시아 당국의 이 같은 일련의 조치들에 대해 "정부가 덜 물리적인 수단을 사용해 반대 세력을 억누르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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