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조사 거부에 맞서 美민주 '찬반표결' 카드 만지작

입력 2019-10-10 12:54
트럼프 탄핵조사 거부에 맞서 美민주 '찬반표결' 카드 만지작

탄핵 정국 '힘겨루기' 본격화…펜스·폼페이오 전면 나서 트럼프 엄호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조사에 대해 백악관이 협력 거부를 선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측과 민주당 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전면에 나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맞설 것을 다짐하자, 민주당은 줄줄이 소환장을 보내겠다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민주당은 특히 백악관이 탄핵 조사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탄핵 조사 개시를 위한 찬반 표결을 거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탄핵 정국의 긴장 수위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모든 것 하겠다"…폼페이오, 트럼프 사수

9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PBS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대화에 부적절한 점이 없었다고 재차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엄호했다.

그는 "나도 그 통화에 있었고, 통화를 들었다.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부패 척결을 위해 해온 일과 일치한다"며 "다른 나라의 부패를 막으려는 시도는 완전히 적절한 것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대화 상대방인 젤렌스키 대통령도 압박을 느끼지 않았다고 밝혔다면서 "모든 사람은 부당한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매일 나한테 전화를 걸어 각자 자기 나라에 유리한 대로 미국이 움직이도록 조종하려 한다. 그들은 내게 압박을 주려고 하고, 그러면 우리는 또 이를 해결하려고 한다"며 이런 대화가 일상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하원의 탄핵 조사에 협조할 의사가 있는지에 관한 물음에 "나도, 백악관도 분명히 밝혔으나 우리는 법과 헌법에 따라 요구되는 모든 것을 하겠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 대신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바이든 수사' 압박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를 방문한 자리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접촉이나 대화에서 우리의 관심사는 유럽이 우크라이나의 치안과 자주권을 위해 더 많이 기여하기를 바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바람에 집중돼 있었다"면서 자신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의 통화 녹취록 공개에 반대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민주, 찬반표결 나서나…트럼프 "규칙 공정해야"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이 한목소리로 탄핵 의혹을 반박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백악관의 비협조에 가로막힌 탄핵 조사를 밀어붙이기 위해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조사 방해에 맞서 관련인 다수에게 줄줄이 소환장을 발부함으로써 맞불을 놓는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인 루디 줄리아니에 이어 그의 측근 인사들에게도 의회 출석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보내겠다며 위협했다.

특히 민주당 내에선 탄핵 조사를 확실히 밀어붙일 수 있도록 하원에서 찬반투표를 하는 것을 두고 토론이 진행 중이라고 CNN방송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백악관이 탄핵 조사 거부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절차적인 허점을 찬반 표결을 통해 말끔히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하원이 (탄핵 절차 개시) 표결을 거치면 탄핵 조사에 협력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들이 우리의 권리만 준다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재확인하는 질문에는 "공화당에 공평한 기회를 갖고, 규칙이 공정하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민주당에선 추수감사절 연휴인 11월 말 전까지 하원에서 탄핵 표결까지 끝내자는 의견도 대두하고 있다. 다만 아직 당 지도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직적인 바이든 수사 압박을 입증할 증거를 최대한 끌어모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장 민주당의 탄핵 조사는 백악관의 '방해'로 인해 벽에 부딪힌 모습이다.

핵심 증인 중 한 명인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의 11일 하원 진술도 불발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5월 경질됐지만 아직 국무부 소속 공무원이어서 백악관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 8일 하원 증언을 위해 귀국한 또 다른 증인인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도 국무부가 증언을 허락하지 않아 출석하지 못했다. 선들랜드 대사는 국무부의 조치에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의회는 소환 요구에 불응할 경우 고발 조치를 할 순 있지만, 출석을 강제할 권한은 없다.

한편 탄핵 정국을 촉발한 내부고발자는 자신이 민주당원이어서 정치적 편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성명을 내고 "의뢰인은 정치적 후보나 선거운동, 정당에 자문하거나 이를 위해 일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그는 평생을 행정부에서 정치와 무관하게 공무원으로서 일했으며, 업무상 양당 대선후보들과 접촉한 적은 있지만 후보자가 아니라 당선인 신분일 때였다"고 강조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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