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제재 회복불능 상태로 손상…美 최대압박은 폐차직전"(종합)

입력 2019-10-09 05:52
수정 2019-10-09 08:06
"유엔 대북제재 회복불능 상태로 손상…美 최대압박은 폐차직전"(종합)

전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 "대북제재 목표 환상에 불과" 신랄 비판

"제재위내 의견충돌·북한의 정치적 관계도 제재 약화 요인"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유엔(UN)에서 활동한 대북제재 전문가가 8일(현지시간) 유엔의 대북 제재가 회복불능 상태일 만큼 손상됐다며 대북제재 목표가 환상에 불과하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최대 압박' 정책이 자초한 상처로 인해 "폐차 직전"(on the last legs)이며, 제재 효과 약화가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의 레버리지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테파니 클라인 알브란트는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2014년부터 최근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제재위) 전문가 패널에서 활동했으며, 현재 38노스 비상임 연구원을 맡고 있다.

알브란트는 "대북 제재에 관한 한 미국의 정책입안자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것은 유엔 제재가 가치가 하락하는 자산이며, 그 바늘침은 다른 방향을 가리킬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한 특별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최대 압박' 캠페인에서 자신이 최악의 적이 돼 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북 제재가 외견상 북한을 응징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 자체로 목표가 돼 왔지만 그 목표조차도 환상에 불과하다며, 구체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압박' 3년 후인 올해 환율, 연료와 쌀 가격 등에서 북한이 거시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징후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새로운 결의안 등이 필요하지만 2017년 결의안이 마지막이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 실험을 자제한다면 안보리가 새로운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재의 효력이 약화하는 이유로 제재위의 무능함과 미국, 중국, 러시아 등으로 대표되는 회원국간 방해, 의견충돌 등을 꼽았다.

또 제재위의 불화가 제재위의 전문가패널에도 스며들어 독립성을 약화하려는 시도가 증가했고, 실제로 지난 8월 펴낸 중간 보고서는 감시능력을 축소하려는 의도에 따라 이전 보고서의 절반 규모가 됐다고 비판했다.



알브란트는 제재위의 의견충돌이 제재 시행을 방해하는 사례로 2017년 '결의안 2397'에 따른 북한의 연간 원유 공급량 50만t 제한 규정을 꼽았다.

미국은 2018년 북한이 한도를 넘었다는 정보를 제출했지만 다른 회원국들은 계산의 타당성 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은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결국 언론과 이를 공유하기로 결정했고, 전문가패널이 다른 회원국이 제기한 계산 우려 등에 대한 정보를 보고서에 포함하지 않은 채 북한이 한도를 위반했다고 결정하길 기대했다고 한다.

그는 "한 문제가 제재위에서 매우 정치화할 때 패널이 교착상태를 초월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마술같은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알브란트는 지난해 9월 당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제재위 보고서에 포함됐던 러시아의 제재 위반 내용을 러시아가 빼달라고 요구한 것을 문제삼은 일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의 위반사항에 대한 정보를 그대로 둔 채 러시아의 입장을 세 문장 반영한 패널 보고서가 안보리에 제출됐는데, 헤일리 대사는 그 문장까지 삭제할 것을 주장했다고 한다.

알브란트는 이 보고서가 역대 어느 것보다 가장 강력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헤일리가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기 위해 작은 절차적 잘못을 과장했음이 드러날까 이런 행동을 보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북한의 정치적 관계 역시 제재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 중국, 러시아 정상과 만나고 문재인 대통령과 직통 전화를 갖고 있는 것은 물론 북한이 폭넓은 국가와 확고한 경제·외교적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든 관계는 외교 담당자가 전세계에서 광범위한 불법 행위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한다며 미중 무역전쟁, 한일 다툼, 북미협상 교착, 미국 정책의 명확성과 일관성 부족 역시 다른 나라가 제재 집행에 무관심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알브란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압박 캠페인이 "폐차 직전"이라며 미국의 잘못도 비판했다.

그는 "제재위 전문가패널의 감시 및 이행개선 조치 권고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돼 왔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대체로 자초한 상처의 결과로 이런 곤경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알브란트는 완전하진 않지만 결정적인 압박의 원천, 즉 제재가 약화하는 것은 북한을 더 강한 위치에 둘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려하는 임계점 아래에서 핵 능력을 계속 개발하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진전 부족에 대한 잘못과 실패를 인정하거나 접근법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말까지 비핵화 협상 결렬로 북한이 장거리미사일과 핵 실험을 재개할 경우 북미가 또다른 위기로 향할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훨씬 더 강력하고 경제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놓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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