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의회 개혁 첫발…의원 수 945→600명 감축법안 가결

입력 2019-10-09 02:10
伊 의회 개혁 첫발…의원 수 945→600명 감축법안 가결

주요 정당 대부분 찬성…헌법 개정·국민투표 절차 남아

"약 1천300억원 혈세 절감"…로비 영향력 확대 가능성 등 지적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가 의회 개혁의 첫발을 내디뎠다.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하원은 8일(현지시간) 상·하원 의원 정수를 945명에서 600명으로 감축하는 법안에 대해 찬성 553표, 반대 14표로 가결했다.

해당 법안은 하원의원 수를 630명에서 400명으로, 상원의원 수는 315명에서 200명으로 각각 줄이는 내용을 담았다.

의원 수 감축은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과 함께 연립정부를 이끄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공약 가운데 하나였다.

오성운동은 국가 예산 절감은 물론 의정 시스템을 효율화하기 위해서도 의원 수 감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이탈리아의 상·하원 수는 유럽연합(EU)에서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오성운동은 당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번 법안 가결을 "역사적인 약속 이행"이라고 반겼다.

오성운동을 이끄는 루이지 디 마이오 외무장관도 "이탈리아를 위한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우리 의회는 345석이 줄어 혈세 수백만유로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은 연정 주체인 오성운동-민주당은 물론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민주당을 탈당해 만든 중도 정당 이탈리아 비바(IV), 극우 쌍두마차인 동맹 및 이탈리아형제들(FdI), 그리고 중도우파 성향의 전진 이탈리아(FI) 등 주요 정당들이 일찌감치 찬성 의사를 밝혀 손쉽게 가결될 것으로 예상됐다.

오성운동 의원 가운데 일부가 당론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세에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하원은 조만간 의원 감축 법안 내용을 반영한 헌법 수정안을 상정해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헌법 수정안까지 가결되면 국민투표 절차가 개시된다.

국민투표 승인을 얻는 것을 조건으로 새 의원 정수는 차기 의회가 들어서는 2023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물론 현 연정이 중도 하차 없이 임기를 채운다는 전제하에서다.

AFP 통신은 새 의원 정수 시스템이 가동하면 연간 1억유로(약 1천314억원)의 예산이 절감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탈리아에서 의원 감축을 시도한 것은 1983년 이후 이번이 8번째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성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뿌리 깊고 광범위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의원 수 감축이 국민 과소 대표 문제 등으로 현대 정치의 기본 바탕인 대의 민주주의에 지장을 초래할 뿐 아니라 의회에 대한 로비스트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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