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정부 시위 불붙은 에콰도르…정부는 '쿠데타 시도' 주장

입력 2019-10-09 00:25
反정부 시위 불붙은 에콰도르…정부는 '쿠데타 시도' 주장

유가 보조금 폐지 이후 연일 시위 격화…총 570명 체포

모레노 대통령 "코레아·마두로 배후로 한 쿠데타 시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정부의 유류 보조금 폐지 이후 불붙은 반(反)정부 시위로 에콰도르에 극심한 정정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는 시위에 동참하기 위해 각 지역에서 온 원주민들이 대통령궁 주변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에콰도르에서는 지난 3일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약속한 긴축 정책의 일환으로 유류 보조금을 폐지해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최대 두 배 이상 오른 이후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가 연일 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곧바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대중교통 노동조합이 주도하던 파업 시위는 잠잠해지는 듯했지만, 주말새 원주민들이 가세해 시위에 더욱 불을 붙였다.



원주민들은 에콰도르 인구의 7%를 차지하는데 지난 2000년 하밀 마우와드 전 대통령의 퇴진에도 에콰도르토착인연맹(CONAIE)의 반정부 시위가 큰 역할을 했을 정도로 조직력을 과시한다.

시위대는 돌과 타이어 등으로 도로를 막은 채 유류 보조금 폐지의 철회를 요구하며 격렬하게 경찰과 대치했다. 정부 건물에 대한 공격도 이어졌다고 당국은 밝혔다.

에콰도르 정부에 따르면 지난 3일 이후 현재까지 시위대원 570명이 체포됐다. 또 시위대의 도로 봉쇄 속에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한 사고 환자 1명이 숨지고 진압 경찰 등 77명이 다쳤다고 정부는 발표했다.

전날엔 아마존 지역의 유전 세 곳이 '외부세력'에 점거돼 가동이 중단됐다. 이곳에서는 에콰도르 전체 산유량의 12%를 담당한다.



에콰도르 정부는 시위로 수도 키토가 마비되면서 키토에서 390㎞ 떨어진 최대도시 과야킬로 정부 기능을 이전하기도 했다.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은 이번 시위가 특정 세력이 원주민을 이용해 벌이는 '쿠데타 시도'라고 주장했다.

모레노 대통령은 전날 방송 연설을 통해 "지금 에콰도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정부 결정에 항의하기 위한 사회적 시위가 아니다"라며 "약탈과 반달리즘, 폭력은 정부를 흔들고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려는 조직적인 정치적 의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배후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자신의 전임자인 좌파 라파엘 코레아 전 에콰도르 대통령을 지목했다.

모레노 대통령은 또 유류 보조금 폐지 등 긴축 정책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편 벨기에에 망명 중인 코레아 전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모레노 대통령의 주장을 일축하며 "국민은 (긴축정책을) 더는 견딜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