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금지법 시행에 나흘째 시위…19살 만삭 임신부도 체포

입력 2019-10-08 13:53
복면금지법 시행에 나흘째 시위…19살 만삭 임신부도 체포

12살 학생 2명도 체포…'시위자 사망설'에 당국 강력 부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이 지난 4일 발표돼 5일 0시부터 시행된 후 홍콩에서는 나흘째 격렬한 항의시위가 벌어졌으며 만삭 임신부까지 경찰에 체포됐다.

8일 홍콩 명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시위대는 전날 저녁 툰먼, 위안랑, 정관오, 사틴 등 홍콩 전역에서 시위를 벌이고 "홍콩인이여 저항하라", "경찰을 즉시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시위 주제가인 '홍콩에 영광을'을 함께 부르며 복면금지법 시행을 강하게 규탄했다.

툰먼 지역에서는 만삭의 19살 임신부가 불법 집회에 참여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온라인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이 임신부는 부풀어 오른 배를 한 손으로 받치면서 경찰에 연행된다.

홍콩 온라인에는 지난 주말 10살 남짓으로 보이는 어린아이가 울면서 경찰에 체포되고, 여성 시위자가 경찰에 뺨을 맞는 사진과 동영상도 유포돼 시위대의 분노를 불렀다.

이 어린아이는 중학교 1학년생으로 12살이라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지난 6일 시위로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는 모두 118명으로, 이 가운데 2명이 12살 학생이었다.

전날 저녁에는 정관오 지역의 한 육교 위에서 시위대가 자전거를 던져 육교 아래 있던 경찰이 맞기도 했다.

시위대가 손뼉을 치며 환호하자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해산에 나섰고, 시위대는 화염병 등을 던지며 맞섰다.

프린스에드워드 전철역에서는 '송환법 반대 의사(義士) 추도식'이 열렸다.

지난 8월 31일 경찰은 이 역에서 시위대 63명을 한꺼번에 체포했는데, 당시 경찰은 지하철 객차 안까지 들어가 시위대에 곤봉을 마구 휘두르고 최루액을 발사했으며 그 결과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찰은 시위대 7명을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를 받게 했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은 경찰의 무차별 구타로 3명이 숨졌다고 믿는다. 정부가 수차례나 기자회견을 열어 시위대 사망을 부인했지만, 별 효과는 없는 실정이다.

홍콩 온라인에서는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시위대가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 본토로 향하는 차량 중 일부는 홍콩 세관의 검사를 면제받는 '화이트 리스트'에 올라 있으며, 이들 차량에 사망한 시위대의 시신을 싣고 본토로 나른다는 흉흉한 풍문도 돌고 있다.

이에 홍콩 세관, 의료 당국은 이러한 '화이트 리스트'는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시위 과정에서 사망한 시위대도 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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