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원전 오염 목초도 문제…주민들 '흙 섞어 처분' 방식에 반발

입력 2019-10-07 12:27
수정 2019-10-07 12:52
日원전 오염 목초도 문제…주민들 '흙 섞어 처분' 방식에 반발

후쿠시마 인근 미야기현, 오염 목초 3천t 비료처럼 땅에 섞어 처분 추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지자체가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로 오염된 목초를 잘게 잘라서 흙에 섞는 방식으로 처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토양이 오염되는 데다 지하수를 통해 다른 농지도 방사능에 노출할 수 있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7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인근 미야기(宮城)현 북부의 오사키(大崎)시는 후쿠시마원전 사고 당시 오염됐던 목초를 잘게 잘라서 비료처럼 땅에 섞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2011년 수소폭발 사고가 났던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불과 100㎞ 떨어져 있는 이 시에서는 5천톤(t)의 오염 목초가 발생했다. 미야기현이 처분하지 못하고 갖고 있는 오염 목초는 2만t에 달하는데, 이 중 4분의 1 정도가 오사키시에 있다.

일본의 방사성물질오염대처특별조치법은 오염 목초의 방사성 농도가 1㎞당 8천Bq(베크렐) 이하인 경우 일반 쓰레기로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규정에 따라 시측은 이 중 3천t은 땅에 섞는 방식으로, 나머지 2천t은 소각하는 방식으로 처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시측은 올해까지 2년간 시범 사업을 마친 뒤 향후 7년간 오염 목초를 땅에 섞는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주민 아베 주에쓰(80) 씨는 "더러워진 것을 억지로 자연계에 내놓는 것으로, 원전의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땅에 오염된 목초를 묻으면 논에 사용되는 지하수가 오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사키시는 대도시 센다이(仙台)에서 열차로 불과 10여분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유엔의 식량농업기구로부터 '세계농업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곳이며, 인근에는 인기 온천이 모여있기도 하다.

아베 씨처럼 거세게 반발하는 주민들도 있지만, 상당수의 주민은 오염 목초 처리 방식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런 처분 방식이 알려질 경우 생계에 위협이 생길까 봐 제대로 불만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베 씨는 "풍평피해(소문에 의한 피해)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발언을 삼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풍평이 아니라 실제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오염된 것은 다른 곳으로 가져가야 하지만 소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 목초 외에도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계속 늘고 있는 오염수의 처리를 놓고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를 처리하지 못한 채 원전 부지의 물탱크에 보관하고 있는데, 이런 오염수의 양은 7월 말 기준 115만t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어서 한국과 일본의 인근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반발이 거세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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