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협상안 퇴짜 맞은 英, EU에 "타협하자" 제안
바클레이 브렉시트부 장관 "세부사항 집중해서 협상 가능"
마크롱 佛대통령, 존슨 英총리에 "주 후반까지 개선안 가져오라"
"존슨 총리, 대법원서 '노딜' 브렉시트 판결받는 방안 추진"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 유럽연합(EU)으로부터 새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안을 '퇴짜' 맞은 영국이 EU에 협상을 통해 접점을 찾자며 대화를 제안했다고 AFP 통신 등이 6일(현지시간) 전했다.
스티븐 바클리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은 BBC 인터뷰에서 영국의 새 브렉시트 협상안을 '광범위한 착륙장'이라고 부르면서, 앞으로 며칠간 집중적인 교섭을 통해 영국에 공식 제안한 아이디어들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그는 브렉시트 시한인 이달 31일 전 협상을 타결하려면 EU가 창의성과 유연함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양보한 것들을 포함해 매우 진지한 제안을 했다. 협상 내용을 명확히 하기 위해 문구들을 놓고 집중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클리 장관은 또 존슨 총리의 새 협상안이 의회 지지를 받고 있다는 걸 EU에 보여주기 위해 17∼18일 예정된 EU 정상회의 전 의회가 표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EU는 존슨 총리의 제안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새로운 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크리스야니스 카린스 라트비아 총리는 BBC 인터뷰에서 "영국이 '받지 않을 거면 관두라'는 식의 제안을 한 것이라면 상황은 매우 어렵게 될 것"이라며 "EU는 언제나 열려 있기 때문에 협상은 존슨 총리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5일 저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합의는 가능하지만 도달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 정부가 노 딜 브렉시트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영국이 바뀌지 않는다면 협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바르니에 수석대표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3년 넘게 이어온 협상이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6일 존슨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주가 지날 때까지 브렉시트 수정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해, 영국이 지난 주 제출한 새 브렉시트 협상안으로는 양측의 의견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존슨 총리는 이에 "유럽은 브렉시트 합의가 타결되지 않을 경우, 영국이 10월 31일 이후에도 EU에 남아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에 빠져서는 안된다"며 "영국이 (새 협상안이라는)중요한 제안을 한 만큼, 이제 EU 역시 타협 의사를 보여줘야 한다"고 응수했다고 영국 총리실은 전했다.
브렉시트 협상이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게 되면 존슨 총리는 의회를 통과한 법에 따라 EU에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요청해야 한다.
바클리 장관은 정부가 법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존슨 총리는 선데이 익스프레스 등 친 브렉시트 성향 매체에 "더 이상의 머뭇거림이나 지연은 없다. 10월 31일, 우리는 브렉시트를 시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이달 2일 영국령 북아일랜드가 영국과 함께 EU 관세 동맹에서 탈퇴하는 대신 농식품·제조업 상품 분야에서 EU 규제를 따르도록 하겠다는 협상안을 EU에 제안했다.
아일랜드와 EU는 북아일랜드가 관세동맹에서 탈퇴하면 국경에 어떤 방식으로든 세관이 설치될 수밖에 없어 지금처럼 자유로운 이동이 어려워지고 자칫 북아일랜드 '피의 역사'가 재연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에 따른 혼란을 막고자 영국이 당분간 EU 관세 동맹에 남는 이른바 안전장치(백스톱)를 EU와 합의했으나, 이 협상안은 영국 의회에서 세 차례 부결됐다.
한편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피하기 위해 소송을 통해 대법원에서 '노 딜' 브렉시트를 인정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 소식통은 존슨 총리가 법률에 따라 협상 실패 때 추가로 브렉시트 시한 연장을 EU에 요청하는 것보다는, 요청하더라도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상황을 조성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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