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앞에선 '족쇄'되는 美 이중국적…뒤늦은 포기 적잖아"

입력 2019-10-06 11:16
"대권 앞에선 '족쇄'되는 美 이중국적…뒤늦은 포기 적잖아"

선전하던 加 보수당 총리 후보, '위기' 맞자 최근 포기 신청

英 존슨 총리, 아프간 가니 대통령 등도 집권 전에 포기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오는 21일 캐나다 총선을 앞두고 집권 자유당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접전을 벌이는 보수당의 앤드루 쉬어 대표에게 최근 돌발 악재가 터졌다.

그가 미국 국적을 보유한 이중국적자라는 '불편한 진실'이 캐나다 현지 언론의 보도로 드러난 것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쉬어의 아버지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쉬어와 그의 형제들은 어린 시절 미국 여권을 발급받았다고 캐나다 신문인 글로브 앤 메일을 인용해 보도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쉬어 대표는 관련 사실을 인정하면서 지난 8월 이미 미국 시민권 포기를 위한 공식 절차에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쉬어 대표처럼 각 국 지도자급 정치인 가운데 일부 인사들이 한때 자국과 미국의 국적을 이중으로 가졌던 일로 인해 때때로 정치적 위기에 몰리곤 한다고 WP가 보도했다.

한국에서는 유력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의 이중국적 문제가 직접적인 논란이 된 적은 없지만, 총리나 장관과 같은 고위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선 자녀의 이중국적 문제가 종종 이슈로 등장한다.

WP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영국, 소말리아, 페루 등의 국가지도자들도 최고 권력자가 되기 전에 미국 국적을 포기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아프간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콜럼비아대학에서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뉴욕으로 이주했고, 이후 미국으로 귀화했다.

그는 수십 년 후 아프간으로 돌아갔고, 2009년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

2014년 아프간 대선 과정에 그는 미국에서의 경험에 대해 "나는 오직 외국인을 만족시키고 우리나라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영어를 배웠다"고 해명하며 한때 이중국적자였다는 '약점'을 돌파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한 탈퇴) 논란'에 핵심에 서 있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한때 미국 시민이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올해 7월 총리로 취임한 그는 뉴욕에서 태어났고, 2016년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

그는 2014년 미국 NPR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에선 과세할 수 없는 첫 거주지 매각에 따른 차익에 대해 그들은 청구서를 내밀려고 한다"며 미국 과세 당국에 불평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세금을 낼 계획이냐'는 NPR 기자의 질문에 "왜 그래야 하냐"며 "나는 5살 때 이후로는 미국에서 살지 않았다"고 '발끈'했다.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전 페루 대통령도 2015년 대선 기간 이중국적 문제로 다른 후보들로부터 압박을 받다가 현지 유명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다른 나라 여권을 보유했던 좋지 않은 사례로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을 지목하면서 "일본 여권을 이용해 일본에서 팩스로 사임했다"고 비난했다.

그해 대선에서 그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인 게이코를 상대로 승리했다.

다른 나라의 지도급 인사들이 이처럼 뒤늦게 미국 국적 문제에 휘말리게 되는 것은 미국의 경우 자국 땅에서 태어난 사람에겐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 제도를 운용하는 게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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