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아마존 시노드 앞두고 '사제독신제' 찬반 논쟁 가열

입력 2019-10-04 21:28
바티칸 아마존 시노드 앞두고 '사제독신제' 찬반 논쟁 가열

"아마존 등 일부 기혼남성에 사제품 줘야" vs "예외둘 수 없어"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수백 년간 이어져 온 가톨릭계의 '사제독신제' 전통이 도마 위에 올랐다.

남미의 아마존 이슈를 논의할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를 앞두고 기혼 남성을 성직자로 임명하는 문제에 대한 가톨릭계의 찬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바티칸 교황청은 오는 6일부터 27일까지 3주간 '아마존-교회와 완전한 생태를 위한 새로운 길'을 모토로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한다.

이번 회의에는 남미 9개 나라 주교들을 중심으로 성직자 260여명이 참석해 아마존 지역에서의 가톨릭 신앙 확산, 환경 보호, 기후 변화, 산림 파괴, 원주민 전통 및 인권 보호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아마존 지역의 사제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의 신망받는 기혼 남성에게 사제 서품을 주는 문제가 안건으로 올라와 개막 전부터 논쟁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로 알려진 아마존은 광활한 대지와 인구수에 비해 사제 수는 절대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라질 북부 파라주(州) 이타이투바 교구의 경우 사제 21명이 대한민국의 1.7배인 17만5천365㎢에 달하는 지역을 관할한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이 때문에 가톨릭계 일부에서는 아마존과 남태평양 등 몇몇 외진 지역에 한해 독신주의를 규정한 교리에 얽매이지 말고 신앙싶이 깊고 존경받는 일정 나이 이상의 기혼 남성도 사제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하지만 보수 가톨릭계는 이를 '이단적 주장'으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반대하는 상황이다.

'독신제는 사심 없이 신앙에 전념하겠다는 주님과의 약속으로 이 규정을 풀면 신앙의 순수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예외 규정을 둘 경우 원칙 자체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교리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사제가 혼인하지 않는 풍습은 약 4세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성직자의 독신이 교회법으로 규정돼 전체 교회로 확산한 것은 1123년 제1차 라테라노 공의회를 기점으로 한다.

2013년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필요한 경우 기혼 남성에게 사제품을 수여할 수 있다며 비교적 유연한 자세를 취해왔으나, 지난 1월엔 "독신주의는 가톨릭교회의 축복"이라면서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완고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교황은 시노드 의장 자격으로 대부분의 논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다만, 교황이 참석자들의 의견을 두루 경청하고 참고하되 직접적으로 의사 표현은 하지 않는 게 관례다.

시노드는 교황 바오로 6세 재임 때인 1965년 일종의 교황청 자문 기구로 창설된 뒤 비정기적으로 개최돼 다양한 주제를 논의해왔다.

의사결정 권한은 없으나 가톨릭교회의 행정·관리와 주요 정책에서 교황을 보좌하는 역할을 하는 수단으로 인식된다. 회의는 3주 내내 비공개로 진행된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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