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총재 "보통사람 삶 개선 증명할 터" 취임 일성
다자주의 강조…무역분쟁·자연재해 등 리스크 경계
"비올때 취임…라가르드처럼 햇빛날때 지붕고칠 여유 없다"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66) 국제통화기금(IMF) 신임 총재가 다자주의 회복을 포부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3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취임 후 첫 인터뷰에서 IMF의 역할과 향후 과제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2011년부터 IMF를 이끌어온 크리스틴 라가르드의 뒤를 이어 두 번째 여성 수장이자 최초의 신흥국 출신 총재로서 이달 1일부터 5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우리의 일에 대한 회의론이 더 커지는 시점에 다자주의가 작동한다는 사실을 다자기구가 증명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가리아 출신 여성 경제학자인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1990년대 불가리아가 사회주의 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이행할 당시 사람들이 경제적 고통을 겪는 것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국제기구에 발을 들이게 됐다고 밝혔다.
세계은행(WB) 최고경영자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을 거친 그는 국제기구가 보통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력히 믿는다며 이를 IMF에서도 증명해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특히 기후변화를 비롯해 불평등, 부패, 급격한 기술 변화의 영향 등의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평소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테슬라의 빨간색 전기자동차를 모는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함께 '기후변화 글로벌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이날 다자주의 강조는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일방주의가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상황에서 주목됐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세계무역기구(WTO)를 비롯한 다자 협의를 위해 설치된 국제기구의 운용 방식에 노골적 불만을 토로해왔다.
현재 글로벌 경기가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도 중국, 유럽을 상대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 그에 따른 보호무역 강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IMF가 당장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가 계속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안다"며 "무역 분쟁, 자본 흐름의 변동성,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전쟁, 자연재해를 예측할 수 없어 거대한 경제 붕괴가 닥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여건이 더 악화하기 전에 각국이 성장을 촉진하는 공공투자나 구조적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라가르드 전 IMF 총재는 햇빛이 날 때가 지붕을 고칠 시기라고 말하곤 했다"며 "나는 구름이 끼고 가끔 소나기가 내리는 상황에서 취임하기에 더는 지붕 고치는 일을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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