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의 본산 파리경찰청서 경찰관 넷 목숨잃어…프랑스 경악
범인은 경찰청 정보부서에서 일해온 45세 남성…평소 이상징후 없어
佛 경찰 근무 환경개선 대규모 집회 다음날 발생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3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경찰청 본부에서 흉기를 든 남자가 경찰관들을 마구 공격해 경찰 4명이 목숨을 잃자 프랑스가 충격에 빠졌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이날 오후 1시께 수도 파리의 범죄와 치안, 테러 방지를 책임지는 파리 경찰청 본부(Prefecture de Police de Paris)에서였다.
경찰청의 행정직원인 남자가 갑자기 흉기를 동료 경찰관들에게 휘두르기 시작했고, 무방비로 칼에 찔린 4명의 경찰관이 목숨을 잃었다. 1명은 여성이고 3명은 남성이다.
미친 듯이 흉기를 휘두른 범인은 파리 경찰청의 중앙 정원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고 쓰러졌고 이내 숨졌다.
프랑스 파리경찰청서 행정직원 흉기 난동…동료 경찰관 4명 사망 / 연합뉴스 (Yonhapnews)
범인은 파리 경찰청의 정보 관련 부서에서 일해온 45세 남성이라고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내무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경찰노조 알리앙스 관계자는 "그는 그냥 모범적인 공무원으로 평소 이상한 징후를 전혀 보이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공영방송 라디오프랑스가 전했다.
프랑스에서 가장 안전할 줄 알았던 파리 경찰청 본부에서, 그것도 무차별 흉기 난동범으로 돌변한 행정직원에 의해 동료경찰관을 네 명이나 한꺼번에 잃자 경찰은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에메리 시아망디라는 이름의 한 목격자는 AFP통신에 "갑자기 모두가 뛰기 시작했고,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총소리가 들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통곡하는 경찰관들이 보였다. 패닉 상태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시테섬과 바로 옆 생루이섬 외곽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파리 경찰청이 위치한 시테섬은 노트르담 대성당도 위치한 파리 구도심 센 강 위의 섬으로, 파리 시내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핵심 관광지 중 하나다.
파리 지하철공사는 경찰의 통보를 받은 뒤 4호선 시테 역을 즉각 폐쇄 조치했다.
파리 경찰청에서 가까운 파리중죄재판소 등 법원 건물에도 경찰청에서 흉기 공격이 있었다는 긴급 메시지가 방송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사살된 범인이 갑자기 자신의 근무지인 경찰청에서 경찰관들을 공격한 동기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일단 극단주의자에 의한 테러일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극단주의에 세뇌된 자의 테러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프랑스는 2015년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로 250여명의 인명이 희생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 안 이달고 파리시장과 함께 즉각 파리 경찰청을 방문, 순직한 경찰관들을 애도하고 경찰관들을 위로했다.
파리시의회와 프랑스 하원도 개원 중에 순직 경찰관들을 애도하며 1분간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이번 사건은 공교롭게도 20년 만에 프랑스 경찰노조가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최대 규모의 장외집회를 연 바로 다음날 일어났다.
전날 '알리앙스' 등 복수의 프랑스 경찰노조들은 파리 바스티유광장에서 레퓌블리크 광장까지 '분노의 행진'을 진행하며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주최 측 추산 2만7천명이 참석한 이 집회에서 프랑스 경찰관들은 경찰 확충, 복지 확대, 노후화된 장비 교체 등을 요구했다.
주최 측 추산이긴 하지만 2만7천명이라는 인원은 프랑스 전체의 경찰관이 15만명임을 고려하면 매우 큰 규모로, 프랑스 언론들은 2001년 경찰노조 집회 이후 최대라고 전했다.
프랑스 경찰관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의 개선을 요구하며 작년부터 태업 등 집단행동에 여러 차례 나서왔다.
작년 하반기부터 매주 이어지며 종종 폭력양상으로 치달았던 '노란 조끼' 연속시위의 집회 경비에 전국에서 연일 경찰관이 대거 동원되면서 경찰들은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경찰노조 알리앙스에 따르면 올 한해 극심한 스트레스 등을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프랑스 경찰관은 50명이 넘는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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