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오염 유발 외국기업에 징벌적 과세 추진"…美 겨냥

입력 2019-10-03 21:07
수정 2019-10-03 21:30
EU "오염 유발 외국기업에 징벌적 과세 추진"…美 겨냥

젠틸로니 경제담당 집행위원 지명자, 인사청문회서 천명

EU-美 무역갈등 깊어질 듯…감세경쟁 막기 위해 최저법인세율 적용도 검토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유럽연합(EU)은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외국기업에 대해 징벌적인 과세를 조속히 추진할 방침이라고 파올로 젠틸로니 EU 경제담당 집행위원 지명자가 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미국이 프랑스를 비롯해 일부 EU 회원국이 유럽 항공사인 에어버스에 보조금을 지급한 것을 문제 삼아 유럽산 제품에 징벌적 과세를 하기로 한 데 대한 보복 조치 성격이어서, EU와 미국 간 무역갈등의 골을 깊게 할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젠틸로니 내정자는 이날 유럽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오염을 유발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과세 방안 마련에 조속히 착수하겠다면서 "우리는 '탄소 국경세' 문제에 매우 신속하게 대응해 시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총리를 지낸 젠틸로니 내정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EU의 내각 격인 집행위원단이 유럽의회 인준투표를 통과하면 내달 1일 취임하게 된다.

그는 '탄소 국경세' 도입 과정에 법적, 기술적 장벽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오염 유발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상응하도록 하기 위한 작업이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젠틸로니가 언급한 '탄소 국경세'란 환경 관련 규제가 엄격한 EU내 기업들이 환경보호 관련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 기반을 둔 경쟁기업들에 비해 받는 불이익으로부터 EU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대해 "과학적으로 믿을 만한 실체가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또 그는 이듬해 취임 후에는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했으며 기후변화로 인해 초래될 경제적 타격과 인적 피해 등을 경고한 작년 11월 미 연방기관의 '기후변화 보고서'에 대해서는 "나는 그걸 믿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젠틸로니의 '탄소 국경세' 언급은 미국이 에어버스 보조금을 문제 삼아 유럽산 제품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 언론에 공개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앞서 AP통신 등은 2일 WTO가 유럽 항공사 에어버스 보조금에 대한 EU의 책임을 인정한 것과 관련, 미국이 오는 18일부터 EU에서 수입하는 항공기에 10%, 농산물과 공산품을 포함한 다른 품목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젠틸로니 지명자는 또 EU 회원국들이 외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과도한 세금 경쟁을 벌여 EU 기업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또 다른 장치로 '최저 법인세율 적용'도 거론했다.

현재 EU 회원국들은 기업에 적용하는 법인세율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며, EU 본부는 최저 판매세(sales tax)율에 대해 제한적 권한만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회원국들은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외국기업에 법인세 삭감과 같은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어 EU 기업들로부터 공정한 경쟁을 해친다는 반발을 사고 있다.

젠틸로니 지명자는 또 오는 2020년까지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문제에 전 세계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EU가 독자적으로 과세를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EU 집행위원회가 내년 여름부터 '디지털세' 부과하는 방안을 만들 예정이며, EU 블록 차원의 과세가 성사되도록 각국에 부여된 거부권(veto power)을 회수하는 방안도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밖에 젠틸로니 지명자는 경기둔화 장기화 가능성이 있는 만큼, EU 차원에서 경제 성장을 유도할만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