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대표단, 이번엔 파키스탄 찾아 "평화협상 재개해야"

입력 2019-10-03 18:07
탈레반 대표단, 이번엔 파키스탄 찾아 "평화협상 재개해야"

미국의 '협상 사망' 선언 후 반미진영에 협조 구하러 다녀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의 무장반군조직 탈레반 대표단이 러시아·이란·중국에 이어 파키스탄을 방문, 미국이 중단한다고 선언한 평화협상에 대해 논의했다.

3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의 공동 설립자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이끄는 대표단이 이날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방문, 샤 메흐무드 쿠레시 외무장관 등의 환대를 받았다.



바라다르는 8년간 파키스탄에 구금됐던 인물이라, 이날 방문이 더 주목받았다.

그는 2010년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파키스탄의 합동작전으로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체포돼 작년 10월에서야 풀려났다. 이후 탈레반의 대미 평화협상단을 이끌었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이날 회담 후 성명을 통해 "양측 모두 (미국과) 평화협상의 조속한 재개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협상은 아프가니스탄의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유일한 긍정적 해결책"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파키스탄 관리는 "탈레반이 매우 적극적이었고, 그들은 회담 재개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성사 직전이었던 아프간 평화협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협상 중단 선언으로 무산되자 반미 진영을 잇달아 방문해 협조를 요청해왔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뒤 18년째 진행 중인 탈레반과 전쟁을 종식하고, 미군을 철수하고자 작년부터 평화협상을 진행해 지난달 2일 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탈레반이 아프간 카불에서 미군 등이 사망한 자살폭탄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탈레반 지도자들과 비밀회동을 취소하고 "내가 아는 한 그것(협상)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이후 탈레반 대표단은 지난달 13일 러시아 모스크바, 17일 이란 테헤란, 22일 중국 베이징을 찾아가 외교 당국자를 만났고, 이날 파키스탄을 방문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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