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않은' 이라크…곳곳서 반정부 시위로 사상자 속출(종합)

입력 2019-10-03 16:17
'심상치않은' 이라크…곳곳서 반정부 시위로 사상자 속출(종합)

일자리·부패청산 요구 시위대에 실탄·최루가스 동원한 강경진압

수도 바그다드, 남부 지역 중심 이틀째 시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라크 바그다드 등 전국 곳곳에서 부패청산과 수도·전기 부족, 민생고 해결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1일에 이어 2일에도 벌어졌다.

하루가 지나면서 시위는 규모가 커지고 격화하는 양상이다. 이를 진압하려는 군경은 시위대에 최루탄과 물대포는 물론 실탄까지 쏴 사상자가 속출했다.

반정부 시위는 바그다드를 시작으로 바스라, 나자프, 나시리야, 힐라, 다와니야 등 이라크 남부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확산세다. 이라크 남부는 시아파가 주로 거주하고 유전 지대가 밀집한 곳이다.

종파적으로 혼재됐거나 수니파가 약간 우세한 중북부 키르쿠크, 티크리트, 동부 디얄라에서도 소규모로 시위가 벌어졌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2일 바그다드와 나시리야에서 각각 1명이 사망한 데 이어 3일에도 최소 7명이 숨졌다. 사망자 가운데는 10세 소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는 시위대와 군경을 가리지 않고 수백명에 달했다.

시위대는 타이어를 불태우면서 군경과 대치했고, 일부 남부 도시에서는 관공서가 불타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3일에도 오전부터 바그다드 도심 타흐리르 광장에 시위대 수백명이 모였고 군경이 최루탄을 쐈다는 글과 사진, 동영상이 잇따라 게시됐다.



이번 시위는 주도한 정파나 중심 조직이 없는 게 특징이다.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 산유국이지만 만성적인 정치권의 부패, 수도·전기 인프라 부족, 실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라크의 청년층 실업률은 20% 이상이다.

바그다드에서 시위에 참여한 압둘라 왈리드씨는 AFP통신에 "우리는 일자리와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원한다. 몇 년 동안 정부에 해결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라크 정부는 2일 밤 야간 통행금지를 발효하고 군경을 동원해 강경 진압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라크 국방부는 3일 "모든 부대가 최고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2일 이라크 정부는 새벽부터 바그다드 거리에 중무장 병력 수백명을 배치하고 주요 도로를 차단했지만 시위를 봉쇄하지 못했다. 군경과 시위대는 격하게 충돌했고, 시위는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시위를 알리는 통로인 SNS도 일부 제한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이라크 총리는 1일 "젊은 층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한다"라며 "석유부 등 정부 부처에 앞으로 외국 기업과 계약할 때 고용 인력의 50%를 각 지방의 현지 인력에 할당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밝혔다.

3일 아침에는 이라크 중앙정부 관공서와 의회, 미국 대사관이 있는 바그다드 그린존에서 폭발이 일어나 이라크군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은 2일 낸 성명에서 "시민과 이라크 군경 모두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점을 우려한다. 정부와 시위대 모두 긴장을 줄이고 폭력을 금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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