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와 전쟁 중인 伊로마…해충 들끓어 건강위협론 부상(종합)
의사협회 "쓰레기 적체로 보건 위기"…교육당국은 폐교 가능성 거론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로마는 고대-중세-현대로 이어지며 축적된 수많은 문화유산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도시 가운데 하나다.
서양 문명의 기원으로 '영원의 도시'라는 찬사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로마에서 문화유산만큼 넘쳐나는 게 또 하나 있다. 생활 쓰레기다.
로마 주택가의 골목골목은 쓰레기로 가득 찬 대형 저장 용기의 지저분한 모습과 여기서 품어져 나오는 악취로 만신창이가 된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지역 의사협회가 2일(현지시간) 길거리 쓰레기를 방치할 경우 주민 건강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서면서 '쓰레기 위협론'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의사협회는 "쓰레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보건 위기가 현실화할 것"이라며 "특히 학교와 병원 근처에 쓰레기가 쌓이는 일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 당국도 학교 주변에 쌓이는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강제 휴교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전국교장협회 로마 분회는 "로마 도심과 외곽을 막론하고 학교 안팎의 상황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면서 "위생 환경 평가를 한 뒤 필요하다면 기준에 미달하는 학교에 대해선 폐쇄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로마 시민들은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쓰레기로 인해 주택가에 쥐나 바퀴벌레, 파리 등을 비롯해 여러 해충이 들끓고 있다며 민원을 쏟아내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로마의 아파트관리자협회는 올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간 총 1만2천여건의 쥐 등의 설치류 퇴치 민원을 받았다고 한다. 월평균 3천여건의 빈도다.
이 가운데 60%는 세 번 이상 이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돼 위생 환경 악화가 만성화하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로마에선 오래전부터 쓰레기 매립지·소각장 부족, 후진적인 수거·처리시스템 등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으나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로마 주변엔 쓰레기 소각장이 단 하나밖에 없는데 이마저 지난달 초 과부하로 고장을 일으켜 쓰레기 적체가 심화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로마의 쓰레기 수거 공기업인 'AMA' 이사진이 시의회와의 예산 갈등으로 사퇴하면서 위기가 증폭됐다. AMA 이사진은 돈 문제로 그동안 여러 차례 사퇴와 취임을 반복해왔다. 업체의 부패 문제도 발목을 잡는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소속의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시장(40)은 쓰레기, 대중교통 등 로마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2016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시장으로 당선됐지만 개선은커녕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마의 한 주민은 "로마는 이미 도시 기능을 상실한 것 같다"며 무능한 시정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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