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로마의 그늘…거리에 넘쳐나는 쓰레기 악취로 골머리

입력 2019-10-03 05:00
伊 로마의 그늘…거리에 넘쳐나는 쓰레기 악취로 골머리

의사협회 "길에 쌓인 쓰레기 시민 건강 위협" 경고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로마는 고대-중세-현대로 이어지며 축적된 수많은 문화유산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도시 가운데 하나다.

서양 문명의 기원으로 '영원의 도시'라는 찬사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로마에서 문화유산만큼 넘쳐나는 게 생활 쓰레기다.

로마 주택가의 골목골목은 쓰레기로 가득 찬 대형 저장 용기의 지저분한 모습과 여기서 품어져 나오는 악취로 만신창이가 된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지역 의사협회가 2일(현지시간) 쓰레기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않으면 주민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서면서 쓰레기 위협론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의사협회는 "쓰레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보건 위기가 현실화할 것"이라며 "특히 학교와 병원 근처에 쓰레기가 쌓이는 일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주민들은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쓰레기로 인해 주택가에 쥐나 바퀴벌레, 다른 여러 해충이 들끓고 있다며 민원을 쏟아내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로마의 아파트관리자협회는 올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간 총 1만2천여건의 쥐 등의 설치류 퇴치 민원을 받았다고 한다. 월평균 3천여건의 빈도다.

로마에선 오래전부터 쓰레기 매립지·소각장 부족, 후진적인 수거·처리시스템 등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로마 주변엔 쓰레기 소각장이 단 하나밖에 없는데 이 시설이 지난달 초 과부하로 고장을 일으켜 쓰레기 문제가 악화 일로를 걷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로마의 쓰레기 수거 공기업인 'AMA' 이사진이 시의회와의 예산 갈등으로 사퇴하면서 위기가 증폭됐다. AMA 이사진은 돈 문제로 그동안 여러 차례 사퇴와 취임을 반복해왔다. 업체의 부패 문제도 발목을 잡는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소속의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시장(40)은 쓰레기, 대중교통 등 로마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2016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시장으로 당선됐지만 개선은커녕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마의 한 주민은 "로마는 이미 도시 기능을 상실한 것 같다"며 무능한 시정을 비판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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