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부통령, 의회가 '임시 대통령' 추대한 지 하루 만에 사의

입력 2019-10-03 00:49
페루 부통령, 의회가 '임시 대통령' 추대한 지 하루 만에 사의

해산에 저항하던 의회 '당혹'…비스카라 대통령에 힘 실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대통령과 의회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페루에서 의회가 '임시 대통령'으로 추대한 부통령이 하루 만에 사의를 밝혔다.

야당이 장악한 의회는 일격을 맞았고, 비스틴 마스카라 대통령은 힘을 얻게 됐다.

메르세데스 아라오스 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밤 자신의 트위터에 "페루 부통령직을 사임하기로 결심했다"며 의회에 보내는 사퇴 서한을 함께 올렸다.

아라오스 부통령은 "내 사퇴로 페루에 이른 시일 내에 총선이 열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라오스 부통령은 전날 의회에서 비스카라 대통령을 대신할 페루 임시 대통령으로 추대됐다.

비스카라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한 의회의 해산을 선언하고 내년 1월 총선을 실시하기로 하자, 의회가 대통령이 헌법 질서를 파괴했다고 반발하며 내린 결정이었다.

아라오스 부통령은 비스카라 대통령과 정치 성향이 비슷했으나 대통령이 조기 총선과 대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갈라섰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아라오스 부통령은 임시 대통령으로 추대된 후 "나도 페루 국민의 분노를 함께 느끼지만 위기를 이런 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대통령의 의회 해산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미 해산된 의회의 대통령 직무정지 조치와 임시 대통령 추대는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여론의 지지도 받지 못했고, 결국 아라오스 부통령은 하루 만에 부통령과 임시 대통령 자리를 모두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아라오스 부통령의 사퇴 서한이 해산된 의회 앞으로 보낸 것이라는 점에서 페루 정부는 유효한 사퇴서로 보지 않는다고 EFE통신은 전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아라오스 부통령을 내세워 비스카라 대통령에 맞서던 의회는 큰 타격을 받게 됐다.

페드로 올라에아체아 국회의장은 CNN 스페인어 방송과 인터뷰 중 아라오스 부통령 사임 소식을 듣고 놀란 듯 잠시 말을 잃기도 했다.

대통령과 의회의 대치에서도 비스카라 대통령에 좀 더 무게가 실리게 됐다.

지난해 3월 부패 혐의에 연루돼 사임한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전 대통령의 잔여 임기를 승계한 비스카라 대통령은 반(反)부패 개혁 입법을 추진하면서 보수 야당이 다수인 의회와 줄곧 충돌해 왔다.

최근 전직 대통령들이 줄줄이 부패 사건에 연루되며 정치권 부패에 염증을 느낀 페루 국민은 의회 대신 비스카라 대통령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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