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같이 하자' 아베에 제안해야"
와다 하루키 "북일 수교도 권해야"…문 대통령 '중재' 역할 강조
"'올림픽 휴전'으로 심각한 조치 동결해야"…한일관계 해법 제언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북일 관계 현안을 풀 수 있도록 중재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한일 갈등 극복 방안을 모색하면 좋겠다는 일본 석학의 제언이 나왔다.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2일 일본기자클럽이 도쿄에서 개최한 강연회에서 북미 협상과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총리에게 '같이 하자, 도와 달라'고 말해야 한다. '일본은 북한과 국교를 수립하는 방향으로 나가 달라'고 이야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베 총리도 '무조건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니, 한국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어쩌면 (아베 총리는) 제재는 모두 그대로 두고 (북일) 평양선언에 기반해 북한과 국교를 체결하고 대사관을 열어 핵·미사일 문제, 경제협력 문제, 납치 문제 교섭을 개시하는 길에 이르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밝혔다.
와다 명예교수는 문 대통령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가운데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이 반복해 열렸지만 아베 총리만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다면서 문 대통령이 손을 내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납치 문제 해결 의지를 강조해 온 아베 총리가 판문점에서 문 대통령·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란히 걷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것을 보고 "아연(啞然, 너무 놀라서 말을 하지 못하는 모습)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와다 명예교수는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한일 관계 현안이 더 심각해지는 것을 막는 선언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12월부터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기간을 '올림픽 휴전'으로 정해 (한일 간의) 모든 심각한 조치를 동결하고, 일한 관계 (현안) 교섭에 임하기로 합의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와다 명예교수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2017년 11월 한국 정부의 주도로 동북아 평화 조성 의지를 담은 유엔 결의가 채택됐다고 소개하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이번에는 도쿄올림픽 개최국인 일본 정부가 관례에 따라 올림픽 휴전 결의를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지역에는 큰 문제가 있다. 올림픽을 계기로 북미 핵 문제와 한일 대립이라는 두 가지를 해결하도록 도움이 되는 취지로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와다 명예교수는 "일본 정부는 자나 깨나 도쿄올림픽이다. 올림픽을 위해서라면 아베 총리도 조금은 생각을 바꿀 수 있을 것이고, 한국도 올림픽을 이미 활용했으니 싫다고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연말이 되면 한국 대법원판결에 따라 압류한 일본 기업의 자산을 매각하는 조치 등이 이뤄지고 양국 관계를 풀어가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며 이런 의견을 밝혔다.
와다 명예교수는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내각 시절인 1995년 설립한 아시아여성기금의 전무 이사를 지내는 등 한일 간 과거사 문제에 오랜 기간 관여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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