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총선서 안보·국방 이슈 실종…"각당 공약 무성의·재탕"

입력 2019-10-02 14:44
캐나다 총선서 안보·국방 이슈 실종…"각당 공약 무성의·재탕"

전문가들 "국제 정세 불안…분쟁 위험 증가" 우려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 오는 21일 총선을 앞두고 캐나다 각 정당이 안보·국방 분야에 무관심하거나 관련 공약도 무성의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현지시간) CBC 방송에 따르면 집권 자유당과 보수당 등 주요 정당의 안보·국방 분야 공약이 뒷전에 밀려 있거나 지난 총선 당시 내용을 되풀이해 맹탕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정세가 불안하고 갈수록 분쟁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지적하면서 각 당 공히 안보 이슈를 소홀히 다루고 있다고 우려했다.

캘거리 대학의 안보 전문가 로브 휴버트 교수는 "현시점은 2차 세계 대전 이래 가장 분명하고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한 시기"라며 "캐나다 안보 문제가 가장 위험한 지정학적 환경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전체주의 체제가 부상하고 있고 서구에서도 여러 방면에서 민주주의가 약화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며 이에 따라 국제 분쟁이 일어날 위험도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이 세계 무대에서 전통적인 역할을 축소하는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어 캐나다 국내외 정치에도 엄청난 영향을 몰고 온다는 지적이다.

휴버트 교수는 "그런데도 이번 선거에서 캐나다가 취해야 할 안보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중요한 과정이 완전히 실종되고 있다"고 염려했다.

캐나다 국제문제 연구소의 데이브 페리 선임 연구원도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선거에서 거의 침묵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당은 지난 주말 발표한 정책 공약에서 '강력하고 안정적인 관여'라는 기조의 외교 정책을 표방하며 국제 평화 유지 활동 강화를 다짐했으나, 이는 지난 2015년 총선 공약의 재탕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공약은 "국제 평화 안보 유지에 적극적인 기여를 하기 위해 유엔 평화유지 활동을 지원할 재원을 새로 마련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재원 마련의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국방대학의 한 교수는 자유당 공약에 대해 "2015년에 했던 말과 똑같다"며 "집권 4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인가"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자유당 집권 기간 유엔 평화유지군 활동에 투입한 캐나다 병력이 전임 보수당 정부 동안 파병 숫자보다 적다고 지적했다.

공약은 또 북극 방위 강화를 다짐하면서 정찰과 신속 대응 능력 제고를 제시했으나, 구체성이 없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수당은 이날 공약을 발표하고 잠수함 신규 구매, 미국 미사일 방어망(MD) 가입, 군사 물자 구매 개선 등 국방력 증강 방안을 제시했으나, 이 역시 이전 집권 때 정책을 재현하거나 후퇴한 내용이라는 평가다.

좌파 성향의 제3당인 신민주당(NDP)은 평화유지 활동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핵 군축 노력 강화를 다짐했으며, 녹색당도 유사한 기조의 국방 강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jaey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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