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역대 최고령 대통령 카터, 95번째 생일 맞아

입력 2019-10-02 11:13
美 역대 최고령 대통령 카터, 95번째 생일 맞아

정치 현안에 여전히 거침없는 목소리…"트럼프 재선은 재앙"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최고령 대통령인 지미 카터가 만 95번째 생일을 맞았다.

지난 1일(현지 시간) 미국 제39대 대통령을 지낸 카터 전 대통령이 만 95세가 됐다고 AP와 CNN 등 외신이 보도했다.



카터 전 대통령이 퇴임 후 1982년 설립한 비정부 기구인 카터 센터 홈페이지에는 그의 생일을 앞두고 축하 메시지 수천 개가 미국은 물론, 한국, 호주, 짐바브웨에 이르는 전 세계에서 답지했다.

지난 3월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기록을 깨고 미국 역사상 생존해 있는 최고령 미국 대통령이 된 그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아무도 밟아보지 못한 95세 생일에까지 도달하며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부시 전 대통령은 작년 11월에 94세 171일을 일기로 별세해 95세를 넘기지 못했다.

1924년 10월 1일 남부 조지아주의 한 땅콩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카터 전 대통령은 1977년부터 4년 간 민주당 소속으로 대통령을 지냈다.

그는 재임 기간 30년에 걸친 중동 전쟁을 끝낸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끌어내고, 중국과 수교를 맺는 등 외교적 업적을 남겼다.

재선에 실패해 1981년 백악관을 떠난 뒤에는 부인 로잘린 여사와 함께 고향인 남부 조지아로 귀향해 카터 센터를 설립, 제3세계의 부정선거 감시, 질병 퇴치 등에 힘써 왔다.

2002년에는 전 세계 민주주의 확립과 갈등 해소, 인도주의적 활동 등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최고 낭독앨범상'(Best Spoken Word Album)을 3차례 수상한 '이색 이력'도 보유하고 있다.



2015년 뇌로 퍼진 흑색종(피부암의 하나) 진단을 받았으나 방사선 치료 끝에 완쾌한 그는 최근에도 미국 정치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카터 센터 연례 보고대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당선시키는 것이 "재앙"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이 자리에서 "한국 전쟁 이후 미국이 겪은 모든 군사적 충돌은 '선택'의 문제였다"고 지적하면서, "전 세계에 평화를 유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낙상으로 엉덩이뼈 골절 수술을 받은 여파로 걷는 데 다소의 곤란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고향의 주일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등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 운동 참여 차 조만간 인근 테네시주로의 여행도 계획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이 여행에는 73년 간 해로한 세 살 연하의 로잘린 여사도 동행할 예정이다.

한편, 카터 전 대통령은 95번째 생일은 별도의 공식 축하 행사 없이 가족과 함께 조용히 보낼 것이라고 그의 대변인은 CNN에 밝혔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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