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베리 나비효과?…伊 정치권서 투표연령 '18→16세 하향' 제안

입력 2019-10-01 19:43
툰베리 나비효과?…伊 정치권서 투표연령 '18→16세 하향' 제안

오성운동-민주당 대표 등 연정 주요 인사도 찬성…공론화 주목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최근 스웨덴의 '환경 소녀' 그레타 툰베리(16)가 촉발한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집회 이후 이탈리아에서 투표 연령을 만 16세까지 낮추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이 손잡고 구성한 이탈리아의 새 연립정부 내 주요 인사들도 이에 찬성하는 입장이어서 정치권에서 공론화될지 주목된다.

1일(현지시간) ANSA·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선거 연령 하향은 민주당 소속 엔리코 레타 전 총리가 처음으로 제기했다.

레타 전 총리는 지난달 27일 어린 학생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기후 변화 대응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주도한 것을 계기로 이러한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에서는 하원의원 선거는 만 18세, 상원의원 선거는 만 25세가 돼야 투표가 가능한데 이를 일괄적으로 16세까지 낮추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중학교 3학년 정도의 학생에게도 총선에서 투표권을 갖게 되는 셈이다.

그는 "투표 연령을 하향하는 것은 우리가 그들의 존재를 진중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니콜라 진가레티 민주당 대표와 외무장관인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가 나란히 지지를 표시하며 연정 내에서 힘을 받는 분위기다.

디 마이오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젊은 세대도 존경받아야 하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정치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정을 이끄는 주세페 콘테 총리도 투표 연령 하향안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콘테 총리는 "아직 정부 내에서 이를 논의한 적은 없다"고 전제한 뒤 "의회 내에서 이를 논의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현재 유럽연합(EU) 내에서 투표 연령을 만 16세까지 낮춘 나라는 오스트리아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이나 스코틀랜드 등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에서만 16세 이상에 투표권을 주고 있다고 한다. 국제적으로 대부분의 나라는 투표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한다. 한국의 경우 19세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이탈리아의 한 여론조사기관은 투표 연령이 18세에서 16세로 낮아지면 유권자가 약 100만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체 유권자의 약 2%가량으로 선거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의미한 수치로 분석됐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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