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전시 보조금취소 철회요구 줄이어…日정부 "방침 불변"(종합2보)

입력 2019-10-01 15:49
소녀상전시 보조금취소 철회요구 줄이어…日정부 "방침 불변"(종합2보)

미술상협회·평론가연맹 성명…예술가 등 200여명 항의 집회·청원 10만명 육박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평화의 소녀상'을 전시한 '표현의 부자유전(不自有展)·그 후'를 문제 삼아 일본 정부가 국제 예술행사에 대한 보조금을 취소한 결정을 취소하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1일 NHK의 보도에 따르면 전날 일본 도쿄 소재 문화청 앞에서 예술가 등 200여명(주최 측 발표)이 모여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대한 보조금을 취소한 일본 정부의 결정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예술에 대한 이지메(괴롭힘)를 중단하기 바란다", "예술을 지키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보조금 취소 결정을 철회하라고 일본 정부에 촉구했다.

집회에 참여한 한 30대 여성은 "뉴스에서 듣고 분노가 치밀어 올라 나왔다. 정부는 예술을 한번 되돌아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도쿄예술대에 재학 중인 한 남학생은 "이번 결정은 간접적인 검열이 아닌가 생각한다. 현장에 위축감이 퍼지고 만다"고 지적했다.



일본 현대미술상협회는 대표이사 및 이사장과 회원 등 35명 명의로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문부과학상과 미야타 료헤이(宮田亮平) 문화청장을 상대로 지난달 30일 발표한 의견서에서 보조금 취소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사건의 경위·배경을 충분히 검증하지도 않고 행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보조금을 취소한 결정이 "일본의 문화 조성(助成) 존재 방식을 후퇴시키는 '나쁜 전례'가 된다"고 논평했다.

특히 이번 사건이 "예술의 틀을 넘어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문화청이 담당해야 할 문화적 역할에서 크게 일탈하는 폭거이며 넓게 문화에 관여하는 이들 모두에게 압력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미술평론가연맹도 보조금 취소 결정의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최근 발표했다.

청원 사이트 체인지(www.change.org)에는 1일 오전 9시 58분 현재 보조금 취소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에 찬성한 이들이 9만3천700여명을 기록했다.



일본 정부는 보조금 취소 결정이 전시 내용과 관계없는 것이며 검열이라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문부과학상은 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이치현의 보조금) 신청 절차에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보조금을) 교부하지 않기로 이미 결정했다. 방침을 바꿀 예정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단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를 재개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실행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반응했다.

올해 8월 1일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기획전인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표현의 소녀상이 출품됐다.

일본 공공 미술관에 소녀상을 처음 전시한 것으로 큰 관심을 끌었으나 우익 세력이 협박하고 일본 정부가 보조금 지급 결정 철회를 시사하는 가운데 전시가 사흘 만에 중단됐다.

최근 일본 문화청은 전시 중단과 보조금 신청 단계에 보고 미비 등을 이유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전체에 대한 보조금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중단된 전시회는 아이치 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와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실행위원회의 합의에 따라 이르면 이달 6일 재개될 전망이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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