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판이 깨지는 공정위 '부당지원' 사건…5년간 완전 승소율 20%
전해철 의원 "규제 실효성 갖도록 법 개정 등 방안 강구해야"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주요 불공정거래 유형인 '부당지원' 행위를 제재해 법원에서 완전 승소한 비율이 20%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공정위에서 제출받은 '기업집단국 현재 진행 부당지원 사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정위가 제재한 부당지원 사건에 대해 제기된 행정소송에서 10건의 확정판결이 나왔는데, 이 중에서 공정위가 완전 승소한 것은 2건밖에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정위로부터 부당지원 행위를 이유로 제재받은 신세계, 삼양식품(2건), SK텔레콤, 한국남동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6건 모두 기업 측이 승소했다.
기업이 계열사 등에 부당지원을 했는지 여부는 해당 거래에서 계열사에 적용한 가격이 일반적인 시장 정상가격과 얼마나 차이가 났는지에 달려 있다.
계열사에 제품을 팔았다면 시장 가격보다 얼마나 싼 값에 공급했는지, 반대로 계열사에서 제품을 샀다면 얼마나 비싼 값을 치렀는지를 봐야 한다. 이를 위해 정상가격은 어느 수준인지 정해야 한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 사건에서 공정위의 정상가격 산정과 부당지원 입증 방식을 인정하지 않았다.
한국철도공사와 LS가 제기한 소송도 깔끔한 승소는 아니었다. 정상가격 산정이 일부 잘못 됐다거나, 과징금 액수가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공정위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공정위가 완전 승소한 사건은 CJ CGV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당지원 행위 제재 사건밖에 없다.
CJ CGV는 2016년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이 소유한 회사에 광고 영업을 몰아준 혐의로 과징금 71억7천만원을 부과받고 검찰에 고발됐다.
LH는 2015년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에 일부 단순 임대업무를 위탁하면서 수수료를 높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혐의 등으로 과징금 146억4천만원을 부과받았다.
법원의 확정판결이 난 이들 10개 사건은 모두 공정거래법 23조 1항에 있는 부당지원행위 금지 조항에 따른 조사였다.
공정위는 재벌 총수일가의 부당지원을 규제하기 위해 2014년 공정거래법에 사익편취 금지 규정인 23조 2항을 신설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23조 2항을 적용해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제재한 첫 사례인 대한항공 일감 몰아주기 사건도 2017년 서울고법에서 공정위가 패소한 바 있다.
전해철 의원은 "최근 5년간 공정위가 부당지원 행위 금지 조항으로 제재한 사건에 대해 대부분 패소한 것은 모두 정상가격 산정 및 부당성 입증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법원과 다른 해석을 보이는 공정거래법상 부당성 입증 문제에 대해 법 개정 등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러니 공정위도 적극적인 조사에 주저하는 모양새다.
공정위가 2017년 9월 재벌의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자 이들 사건을 전담하는 별도 조직인 기업집단국을 신설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가 국회에 제출한 '기업집단국의 기업별·혐의별 조사 현황' 자료를 보면 기업집단국은 출범 이후 11건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였으나 이 중 5건을 무혐의 처리했다.
공정위는 한화그룹이 한화에너지에 무연탄 등 연료를 헐값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지원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벌였으나 지난 8월 중순 무혐의 처리했다.
이 외에 공정위는 현대엘리베이터, 알바이오, 신세계, 롯데쇼핑 등의 부당지원 행위에 대한 조사를 벌였으나 무혐의 종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집단국이 현장조사를 나가지 않거나 기업집단국이 신설되기 전 현장조사가 이뤄진 사건까지 계산하면 부당지원 행위 등에 대한 제재가 이뤄진 것은 올 3월 기준 24건에 달하며, 현재 진행 중인 사건도 많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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