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보수당, 재정지출 확대 vs 야권, 브렉시트 조기연기 추진
정부, 보건 이어 도로·인터넷망 등 '인프라 혁명'에 수십조 투자계획 발표
야당, 브렉시트 추가연기 요청 일정 2주 앞당기는 방안 논의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오는 10월 31일 예정된 브렉시트(Brexit)를 앞두고 영국 정치권의 셈법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집권 보수당은 연내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조기 총선을 앞두고 공공서비스 확대 정책을 통한 표심 획득에 주력하고 있다.
범야권은 일단 '노 딜'(no deal) 브렉시트 방지에 주력한 뒤 정권 교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보수당 '인프라 혁명' 선언…도로망 개선에 39조 투자
30일(현지시간) 공영 BBC 방송에 따르면 보수당 연례 전당대회 이틀째인 이날 정부는 '인프라 혁명'과 관련한 재정지출 계획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사지드 자비드 재무장관은 250억 파운드(약 39조원)를 투자해 영국 내 14개 주요 도로를 개선하는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가 도로 펀드'(national roads fund)라는 이름 하에 2020∼2025년 대대적인 투자가 진행된다.
자비드 장관은 이같은 인프라 투자 혜택을 당장 느끼기는 어렵겠지만 작업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수입과 공공차입을 통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비드 장관은 "이전에 비해 취업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는 재정이 더 튼튼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자비드 장관은 특정 지역의 버스를 전기차로만 운영토록 하는 실험을 포함해 잉글랜드 지역 버스 서비스 개선에 2억2천만 파운드(약 3천200억원)를 배정할 계획이다.
디지털 인프라 개선 작업도 추진한다.
정부는 50억 파운드(약 7조4천억원)를 투자해 낙후 지역에 기가 인터넷을 확충하고, 5세대(G) 이동통신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로버트 젠릭 주택·지역사회·지방행정부 장관은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는 내용의 새로운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전날 전당대회 첫째 날 행사에서 병원 40곳을 신설하거나 새로 단장하는데 130억 파운드(약 19조2천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건 및 생명과학 투자 확대 계획도 발표했다.
연내 조기 총선이 열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유권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각종 정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노동당 예비내각 재무장관인 존 맥도넬 의원은 보수당이 그동안 실패로 끝난 각종 기획을 결합해 새로운 것인 양 다시 발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맥도넬 의원은 "보수당은 어설프게 테두리를 손보는 반면 노동당은 권력과 부를 소수에서 다수로 근본적으로 이동시키는 제안을 하고 있다. 보수당의 발표는 정당 간의 차이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 범야권, 브렉시트 조기 연기에 뜻 모을까
범야권은 보수당 전당대회 기간 '노 딜' 브렉시트 방지를 위한 추가 입법에 힘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야당 대표들은 지난주에 이어 이날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집무실에 모여 향후 계획을 논의한다.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야당은 유럽연합(탈퇴)법을 수정해 보리스 존슨 총리가 EU 정상회의 이전에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요청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범야권은 EU 정상회의 다음 날인 10월 19일까지 정부가 EU와 새 합의를 달성하지 못하면 내년 1월 말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하는 유럽연합(탈퇴)법을 통과시켰다.
야권은 그러나 보리스 존슨 총리가 법을 어기면서까지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요청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자유민주당은 브렉시트 추가 연기 요청 시한을 기존 10월 19일에서 10월 5일로 2주가량 앞당기는 방안을 원하고 있다.
유럽연합(탈퇴)법 상정 당시처럼 정부가 아닌 하원이 의사일정 주도권을 확보한 뒤 '한 줄짜리 법안'(one-line bill)을 통과 시켜 정부에 이를 강제한다는 계획이다.
이언 블랙퍼드 스코틀랜드국민당(SNP) 하원 원내대표는 SNP가 자유민주당의 계획을 지지하며, 이 방안이 하원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범야권이 이같은 법안 통과를 추진할 경우 보수당 의원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전당대회가 열리는 맨체스터에서 다시 런던으로 복귀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정부는 보수당 전당대회 기간 '미니' 의회 정회를 실시하는 내용의 안건을 하원에 상정했지만, 범야권 측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이번 주에도 영국 의회는 정상적으로 열리게 된다.
브렉시트 조기 연기 요청 추진 외에 야권이 정부 불신임안을 내놓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코빈 노동당 대표는 정부 불신임안 통과 시 자신이 임시정부의 총리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조 스위슨 자유민주당 대표는 노동당의 데임(Dame) 마거릿 의원 등 코빈 총리 외의 인물이 임시정부 총리를 맡아 조기 총선을 관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의견 차이를 좁히기 전 야권이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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