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난민캠프 화재로 모자 사망…'열악 환경 개선' 항의 시위

입력 2019-09-30 18:12
그리스 난민캠프 화재로 모자 사망…'열악 환경 개선' 항의 시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과밀 문제로 몸살을 앓는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난민 캠프에서 29일(현지시간) 불이 나 최소 2명이 숨졌다고 dpa·AF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화재는 이날 오후 모리아 난민 캠프와 인근 올리브 그로브 임시 캠프 등 두 곳에서 약 20분의 시차를 두고 잇달아 발생했다.

현재까지 정확한 화재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불로 캠프 내 컨테이너에서 거주하던 모자 2명이 숨진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하지만 캠프의 한 목격자는 불이 5∼6개의 컨테이너로 옮겨붙었다고 말해 사상자가 추가로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고 직후 캠프 내에선 열악한 수용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까지 발생해 혼란이 가중됐다.

한때 수용자와 경찰 간 대치하는 상황까지 가면서 군 수송기를 통해 병력이 추가 투입되는 등 긴장 국면이 조성되기도 했으나 다행히 시위는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리아 캠프는 수용 인원 초과 문제가 심각한 에게해 섬 난민 캠프 중에서 과밀 정도가 가장 심한 곳 가운데 하나로 알려졌다.

정원 3천여명 규모의 이 시설엔 현재 1만3천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그리스 에게해의 레스보스·키오스·사모스·레로스·코스 등 5개 섬에 수용된 난민·이주민 수는 총 3만여명으로 201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1만4천여명이던 수가 5개월 만에 두 배 넘게 폭증했다. 전체적으로 수용 정원을 5배 가까이 초과한 것으로 인권 문제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들 대부분은 내전으로 찢긴 고국 시리아를 떠난 사람들로, 주로 이웃 국가인 터키를 통해 유입됐다.

그리스 당국은 과밀 문제 해소를 위해 일부 이주민을 본토 지역으로 이송하는 한편 난민 지위가 거절된 이들은 신속히 터키로 돌려보내는 등의 고육지책을 펴고 있다.

최근에는 대응 능력이 한계에 봉착했다며 유럽연합(EU) 차원의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주 에게해 섬 수용자 1만명을 본토로 이송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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