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내달 1일부터 소비세 8→10% 올린다
2차례 연기 끝에 인상…첫 도입 후 30년 만에 7%p↑
이전 정권, 소비세 인상 후유증 속 '붕괴의 길'로
아베 정부, 경감세제·포인트 환원 등 충격 완화책 도입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에서 10월 1일부터 소비세가 8%에서 10%로 2%포인트 오른다.
한국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일본의 소비세는 재화(물품)와 서비스를 구매하는 사람이 내는 간접세다.
일본은 1989년 4월 3%의 세율로 소비세를 처음 도입했다. 이후 8년 만인 1997년 4월 5%로, 다시 17년 만인 2014년 4월 8%로 각각 2∼3%포인트씩 올렸다.
여기에 2%포인트를 얹어 이번에 10%로 조정하는 것이다.
소비세 도입 시점 기준으로는 30년에 걸쳐 3번째로 올리는 셈이 된다.
일본에선 2012년 12월 2차 집권을 시작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부 이전까지 소비세 도입과 인상은 예외 없이 당해 정권의 붕괴로 이어졌다.
1989년 소비세를 처음 도입한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1924∼2000) 내각은 리크루트 비리 스캔들이 겹친 여파로 2개월 만에 퇴진으로 내몰렸다.
1997년 5%로 소비세를 끌어올린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1937∼2006) 총리도 이듬해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해 물러났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일반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소비세를 올릴 경우 집권을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이 통설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도 민주당 정권인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급속히 불어나는 사회보장 비용을 충당하고 국가 채무를 줄이기 위해선 소비세 증세가 필요하다고 보고 2012년 6월 당시 야당이던 자민당, 공명당과 함께 인상을 추진키로 하는 '3당 합의'를 도출했다.
당시 합의는 기존 5%인 소비세를 2014년 4월부터 8%, 2015년 10월부터 10%로 올리는 내용이었다.
노다 총리의 민주당 정권은 2011년의 동일본대지진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다는 비판 속에 인기를 잃어 결국 2012년 12월 2차 집권에 도전한 아베 총재의 자민당에 정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새로 집권한 아베 정부는 2014년 예정돼 있던 8%로의 인상은 단행했다.
하지만 10%로의 인상은 정국 동향을 살피면서 두 차례나 연기한 끝에 애초 계획됐던 일정보다 4년이나 늦춰 이행하게 됐다.
아베 정부는 소비세에 손댔던 이전 정권들이 무너졌던 점을 교훈 삼아 소비세 인상이 집권 기반에 금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했다.
대표적인 것이 경감세제의 도입이다.
소비세는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재화와 서비스를 사는 사람은 누구나 똑같이 부담하는 세금이어서 소득이 적은 사람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역진성(逆進性)이 문제로 지적된다.
아베 정부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주류 등 기호품을 제외한 음식료품과 정보 제공 매체인 신문 구독료 등에는 기존 8% 세율을 유지하기로 했다.
경감세율 적용 대상을 놓고는 내용이 복잡해 당분간 어느 정도 혼란이 예상되지만, 이 제도는 소비세율 인상에 대한 서민 납세자들의 조세 저항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베 정부는 또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조세 저항을 완화하면서 비현금 결제 비율을 높여 세원을 확대하기 위해 중소 매장에서 신용카드 등으로 지불하는 캐시리스 결제에 대해선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로 최대 5%를 환원해 주기로 했다.
아울러 저소득층과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을 대상으로 25%의 추가 구매력이 붙은 프리미엄 상품권을 발행해 소비세 인상에 따른 부담을 낮춰줄 예정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번 소비세 인상으로 경감세액을 제외할 경우 연간 4조6천억엔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아베 정부는 이 가운데 약 1조5천억엔을 사용해 올 10월부터 3∼5세 유아교육의 전면 무상화와 저소득층 0∼2세 보육의 무상화를 시행하고, 내년 4월부터는 소득 등을 따져 대학과 전문학교 등의 수업료와 입학금을 감면해 주는 고등교육 무상화 제도를 도입한다.
이와 함께 65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간병 보험료 경감 재원으로 일부 증세분을 쓸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소비세 인상에 따른 세수 증가분의 대부분을 애초 지향했던 재정적자 해소에 사용하지 않고, 아베 정권의 인기를 쌓기 위한 정책 재원으로 쓰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래 민주당 주도의 '3당 합의'에 따르면 소비세 인상을 통한 세수 증가분의 80%는 국채 상환 등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데 투입하고 나머지를 사회보장 비용으로 활용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이후 집권한 아베 정부는 유아교육 무상화 등 사회보장 정책을 강화하는 데 전용하는 몫을 늘리기로 해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데 투입할 돈은 2조8천억엔 수준으로 줄게 됐다.
아사히신문은 "재정건전화 지표인 중앙 및 지방정부의 기초적 재정수지 흑자화 목표 시기가 2020년에서 2025년으로 늦춰졌다"며 소비세 인상 후에도 나랏빚을 장래 세대에 떠넘기는 구도는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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