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시대에 뒤처진 서구, 쇠퇴 현실 못 받아들여" 비난
'우크라 의혹' 러 개입 주장 반박…미국에 중동문제 대화 제안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 러시아 외무장관이 유엔총회에서 서구의 철학이 시대에 뒤떨어졌으며 전 세계에서 지배력이 쇠퇴하는 현실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연설에서 냉전 승리를 선언한 나라들이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과 국제사회의 파편화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연설에서 서구 세계가 시민을 조종하고 거짓 정보를 퍼뜨리면서 언론이 제 기능을 못 하게 막고 있다며, 과거 미국과 유럽이 구소련과 러시아를 향해 던졌던 비난을 서구 국가들에 돌렸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어 "서구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하는 것을 인정하기란 어렵다"면서 "기득권을 되찾으려는 주요 서구 국가들은 다원화한 세계의 발전을 막고, 협소하게 해석한 자유주의에 기반한 행동 기준을 다른 나라들에 강요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최근 수년간 이란 핵 문제,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시리아 문제 등 여러 국제적 이슈들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해왔으며,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으로 더 나빠졌다고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연설 후 기자회견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에 이용하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전화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러시아 개입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미국의 정치계급은 거의 매일 모든 큰 잘못이 러시아에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앞서 펠로시 하원의장은 같은 날 오전 MSNBC 방송 토크쇼 프로그램 '모닝 조' 인터뷰에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으면서 "러시아가 이 문제에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화가 공개돼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 어릴 적 자신의 어머니는 남의 편지를 읽은 것은 "적절하지 못한 일"이라고 했다며 외교적 접촉에는 일정 수준의 기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서구의 개입으로 베네수엘라의 국가 정체성이 무너졌으며, 미국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문제를 이란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이란 프리즘'을 통해 보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걸프 지역에서 많은 나라가 점점 긴장 완화를 생각하고 있다며 "매스 미디어를 앞세우지 말고 협상 테이블을 차려 서로 마주 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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