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위협·부정 선거 혼란에도…아프간 대선 개시
개표 결과는 한 달 이후 나올 듯…결선 투표 가능성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2001년 이후 전쟁이 계속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28일(현지시간) 새 지도자를 뽑는 대통령 선거가 시작됐다.
톨로뉴스 등 현지 매체와 외신 등에 따르면 투표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전국 4천900여 투표센터(투표소는 2만9천586곳)에서 시작됐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7천300여개의 투표센터가 마련돼야 하지만 무장반군 탈레반이 완전히 장악한 지역에는 설치되지 못했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총 5천373개의 투표센터를 마련했고 이 가운데 445곳 이상은 테러 등 치안 우려로 인해 추가로 투표가 취소됐다.
3천400여만명의 국민 가운데 970만명이 이번 대선에 투표하겠다고 등록했다. 남녀 비율은 65대 35대 수준이며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남녀 투표소는 별도로 마련됐다.
투표는 오후 3시까지 진행될 예정이지만 각 지역 사정에 따라 2시간 더 연장될 수 있다고 선관위 측은 설명했다.
개표는 한 달 이상 진행되며 잠정결과와 최종결과는 각각 다음달 하순, 11월 초에 나올 예정이다.
과반 득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11월 23일께 결선투표가 실시된다.
대선 후보로 등록한 이는 18명이지만 이미 3명이 사퇴했고, 테러 위협 등으로 실제 유세는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대부분 온라인 유세를 펼쳤고 주요 후보 6명 외에는 이렇다 할 캠페인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판도는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과 압둘라 압둘라 최고 행정관(총리 역할 수행)의 양강 대결로 압축된 모양새다.
어느 쪽도 과반 지지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결선 투표가 열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이날 투표는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진행된다.
특히 아프간 정부를 '미국의 꼭두각시'로 여겨온 탈레반은 투표소 공격을 공언한 상태다.
탈레반은 "선거 당일 투표소 근처로 가지 마라"며 선거를 보이콧하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들은 선거가 다가오자 최근 테러 공세 수위를 크게 높였다.
탈레반은 지난 17일 북부 파르완주 대선 유세장과 수도 카불 등 두 곳에서 잇따라 자폭 테러를 감행, 하루 동안에만 48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특히 파르완주 유세장에는 가니 대통령도 있었다.
탈레반은 이어 지난 19일에는 남부 자불주 정보기관 건물을 겨냥한 대형 자폭 테러를 일으켰다. 이 테러로 39명 이상이 숨졌고 140여명이 다쳤다.
이에 아프간 정부는 유권자의 안전을 위해 치안 병력 7만2천명을 각 투표소에 배치했다. 경찰, 군인, 정보국 요원 등이 투표센터 주위에 3단계 보안 시스템을 구축했다.
상황에 따라 2만∼3만명의 병력이 더 투입될 예정이라 이번 선거에 동원되는 치안 병력은 1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정부의 군경 병력이 총 3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병력의 3분의 1을 이날 투표소 경비에 투입하는 셈이다.
부정선거 우려도 크다.
실제로 2014년 대선에서도 광범위하게 부정선거가 자행된 것으로 여겨졌다.
당시 1차 투표에서 승리했으나 결선 투표에 진 압둘라는 선거 결과에 불복했고, 가니와 압둘라는 미국의 중재 끝에 대통령과 최고 행정관 자리를 나눠 가진 채 지금까지 정부를 이끌어왔다.
외신은 이번 선거에서도 부정 투표가 횡횡할 것으로 보여 누가 승리하든 논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아프간 정부는 생체 정보를 통해 개인을 확인하는 기기를 1만7천개 보급, 부정선거 가능성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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