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산지 대화 녹음해 CIA에 넘긴 경비업체 스페인서 수사받아"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파이스 보도
어산지 은신 런던 에콰도르대사관 여자화장실 등에 초소형 마이크 설치
변호사와 어산지 대화 녹음…美에 실시간 전송 위해 스트리밍시스템 구축까지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의 경호업체가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48)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사주를 받고 비밀 사찰한 혐의로 스페인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고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파이스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엘파이스가 입수한 자료들과 익명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언더커버 글로벌'이라는 스페인 경비업체는 어산지가 런던의 에콰도르 대사관에 도피해있을 당시 그가 변호사들과 만나 대화하는 것을 영상과 음성으로 몰래 기록해 이 파일을 미 CIA에 전송했다.
언더커버 글로벌은 주(駐) 런던 에콰도르대사관의 경비업무를 맡았던 업체다.
이 업체는 에콰도르 대사관의 소화전과 여자 화장실 변기 안에 초소형 마이크를 몰래 설치, 어산지와 변호사들의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어산지와 그의 변호사들은 미 정보기관의 도·감청을 우려해 이 대사관의 여자 화장실에서 모여 대화를 했다고 한다.
이렇게 빼낸 어산지의 동태는 언더커버 글로벌의 대표인 다비드 모랄레스에게 들어갔고, 다비드는 이를 미 정보기관 측에 전송했다고 엘파이스는 전했다.
모랄레스는 자신과 미국 정보당국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철저히 비밀로 하라고 직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고 한다.
이 경비업체는 또한 미국 정보기관이 실시간으로 어산지와 변호사들의 대화 음성파일에 접속할 수 있도록 스트리밍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에 따라 2017년 12월 에콰도르 정보국장인 로미 발레호와 어산지의 대화 내용도 미국이 곧바로 파악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당시 미국 정보기관들은 어산지를 런던의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빼내 제3국을 통해 미국으로 데려오려고 했지만, 이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다고 한다.
어산지는 7년간의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의 피신 생활 끝에 지난 4월 에콰도르 측이 보호조치를 철회하면서 영국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미군의 브래들리 매닝 일병이 2010년 이라크에서 정보 분석관으로 근무하면서 빼낸 70만건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보고서, 국무부 외교기밀 등을 건네받아 자신이 만든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했다. 이 폭로는 전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켰고, 어산지는 미국의 1급 수배 대상이 됐다.
이후 어산지는 2011년 영국에 체류하던 중 과거 스웨덴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영국에서 체포됐다가 법원이 스웨덴 송환 결정을 내리자 2012년 6월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해 망명을 신청했다.
어산지는 현재 런던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그를 미국으로 송환할지를 결정하는 재판은 내년 2월에 열릴 예정이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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