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마트] OTT 춘추전국시대, 시청자에겐 악몽일 수도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미국 시트콤 '프렌즈'는 처음 방영된 지 벌써 2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드라마다.
넷플릭스는 올 한해 프렌즈 방영권 대가로 워너미디어 측에 1억 달러(약 1천200억원)를 줬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넷플릭스에서 프렌즈를 못 본다. 워너 측이 'HBO맥스'라는 자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출시하면서 넷플릭스에 내준 프렌즈 방영권을 돌려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콘텐츠 왕국 디즈니도 '디즈니+'를 출범하면서 머지않아 '어벤져스', '스타워즈' 등 인기 시리즈를 넷플릭스에서 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지금은 '스타워즈', '프렌즈', '기묘한 이야기'를 넷플릭스 한 곳에서 볼 수 있지만, 내년에는 OTT 3곳에 모두 가입해야 볼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진다. 기존 시청자 입장에서는 악몽 같은 상황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넷플릭스 대항마'를 표방한 '웨이브'를 출범시키자 이에 맞서 CJ ENM과 JTBC가 손을 잡고 새 OTT를 준비 중이다. '나 혼자 산다'와 '삼시세끼'를 같이 보려면 양쪽에 모두 가입해야 할 형편이다.
넷플릭스 성공이 불러온 'OTT 춘추전국시대'가 업체 간 콘텐츠 보호·독점 기류로 이어졌고, 이는 역설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부담과 불편으로 돌아가게 되는 셈이다.
물론 치열해지는 OTT 경쟁에 역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OTT 간 경쟁은 자체 제작물에 대한 활발한 투자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간편하고 부담 없이 손 위의 비디오를 즐기려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언제 끝날지 모를 이번 'OTT 전쟁' 뒤에 찾아올 승자의 천하통일을 기다리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딱히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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