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절차 찬성하는 미국인 '껑충'…찬반 동률
찬성 여론 36%→43%로 증가…반대는 49%→43%로 감소
"변수 많은 시사 이슈 관련 조사 특성상 신뢰성은 의문"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우크라이나 의혹'에 휘말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의견이 최근 며칠 새 급격히 증가했다. 탄핵 절차 개시에 관한 찬성 여론과 반대 여론이 동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26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회가 탄핵 절차를 개시하는 데 대한 찬반 의견 비율은 43%로 같았다. 나머지 13%는 아직 의견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20∼22일 진행된 직전 여론조사에선 36%만이 탄핵 절차에 찬성했고 49%는 반대했다. 단 며칠 사이에 탄핵 지지 여론이 7%포인트 늘고 반대는 6%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에서 탄핵 절차 개시에 찬성하는 비율은 66%에서 79%로 13%포인트나 뛰어올랐다.
심지어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찬성 여론이 종전 5%에서 10%로 늘고, 무당파 성향 유권자들도 39%가 찬성하는 등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의혹 관련 보도는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두루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그동안 탄핵에 주저하던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탄핵 조사에 돌입한다고 밝힌 직후인 지난 24일 밤부터 26일 오전까지 1천640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오차범위는 ±2%포인트다.
따라서 탄핵 절차가 공식 개시된 직후의 여론 동향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이번 설문조사는 각종 이유로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지금처럼 특정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범람하는 시기에는 지지자들이 아예 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게다가 아직 우크라이나 의혹을 잘 모르는 유권자들이 많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번 조사 응답자 중 해당 의혹에 대해 "많이 들었다"(heard a lot)고 답한 비율은 32%에 그쳤으며, 34%는 "일부"(some) 안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34%는 이에 대해 거의 들은 게 없거나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또 여론조사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응답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들이 계속 추가로 나오며 상황이 시시각각 변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실제로 24일 밤 조사가 개시된 뒤 25일 오전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나눈 통화 내용을 담은 문제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고, 민주당과 미 언론들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조사가 종료되기 직전인 26일 오전에는 이번 의혹을 촉발한 정보당국 내부고발자의 고발장이 공개됐고, 이어 조지프 매과이어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이 하원 정보위 청문회에 출석해 해당 내부고발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단 이번 조사 응답은 대부분 내부고발자의 고발장이 공개되기 이전에 이미 이뤄진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촉발한 '우크라이나 의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 때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라고 압박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공개된 통화 녹취록상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 전 부통령 관련 조사를 종용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드러났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 중단을 지렛대로 조사를 요청했다는 이른바 '대가성 의혹'은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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