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형법 개정반대 시위' 수 만명 거리로…2명 사망
조코위 정부 "재취임 저지목적"…학생들, 무력진압에 반발
산불·파푸아사태 등 난제 봉착…시민과 집권층 균형 잡아야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의 형법 개정안과 부패방지법 개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수도 자카르타와 마카사르 등 지방 주요 도시에서 나흘 연속 열렸다.
대학생에 이어 고등학생까지 수만 명이 시위에 참여한 가운데 두 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부상하자 경찰의 과도한 물리력 행사가 도마 위에 올렸다.
27일 일간 콤파스와 CNN 인도네시아 등에 따르면 전날 동남 술라웨시주의 큰 다리에서 시위에 참여한 란디(21)라는 이름의 대학생이 총상을 입고 숨졌다.
경찰은 학생들이 지방의회 건물 침입을 시도해 이들을 해산시키려고 최루탄과 물대포를 쐈을 뿐, 실탄이나 고무탄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란디의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수도 자카르타를 비롯해 전국 시위 현장에서 학생들은 경찰에 돌을 던지고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과격 행동을 했다.
하지만, 경찰도 무력을 행사해 자카르타에서 부상한 시위대만 해도 300명에 이르고, 일부는 뼈가 부러지고 뇌출혈이 발생하는 등 중상을 입었다.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도 경찰에 폭행당했다.
아울러 지난 25일 자카르타 의회 주변 시위 현장에서 한 남성이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티토 카르나비안 경찰청장은 "당시 폭도들이 경찰서와 차량에 불을 지르고 돌을 던져 최루탄을 발사했다"며 "사망자는 학생이 아니라 '폭도'로 확인됐다"고 기자회견에서 발표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체포한 200명이 넘는 시위대 중 일부는 학생이 아니다"라며 "학생 시위를 이용해 합법적인 정부를 위헌적인 방법으로 전복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위란토 인도네시아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 역시 기자회견에서 "오는 10월 20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재취임을 저지하기 위해 정체불명의 제3 세력이 학생 시위를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위란토 장관은 "그들은 경찰과 싸우고, 돌을 던지는 등 시위를 격화 시켜 희생자를 만들려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위란토 장관은 외부 세력 개입에 대한 증거를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들은 지적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시작을 앞두고 여러 난제에 봉착했다.
수마트라섬과 보르네오섬(칼리만탄)의 두 달째 이어지는 산불로 국제사회 비난을 받고 있고, 뉴기니섬 인니령 파푸아에서는 소요사태가 재발해 30여명이 숨졌으며, 형법개정 반대 시위에는 1998년 민주화 시위 이후 최대 인파가 몰렸다.
조코위 대통령은 시민 편을 들어주면서도 보수적인 집권층을 달래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국회에 형법 개정안 표결 연기를 요청한 데 이어 이미 개정된 반부패법 철회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전날 TV 연설을 통해 밝혔다.
앞서 인도네시아 의회는 지난 17일 반부패위원회(KPK)의 독립성과 권한을 약화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학생과 시민들은 국회의원들이 반부패위의 힘의 빼기 위해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반발하고 있다.
의회가 당초 이번 주에 통과시키려 한 형법 개정안은 결혼한 부부 이외의 '혼외 성관계'를 모두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동거도 불법으로 규정한다.
또 낙태 여성 처벌을 강화하고 대통령 모욕죄를 부활 시켜 사생활 침해와 민주주의 퇴행 논란에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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