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도 숨죽였다'…佛 시라크 전 대통령 추모 물결(종합)

입력 2019-09-27 10:26
수정 2019-09-27 10:31
'에펠탑도 숨죽였다'…佛 시라크 전 대통령 추모 물결(종합)

좌우 정치인들 추모 잇따라 메시지…해외 지도자들도 애도

(런던·서울=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김정선 기자 = 자크 시라크 프랑스 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별세했다는 소식에 프랑스 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다.

AFP, dpa통신 등에 따르면 파리의 대표적 관광시설인 에펠탑은 이날 밤 시라크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조명을 껐다.



앞서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시라크 전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에펠탑 소등 계획을 밝혔다.

이달고 시장은 대통령으로 선출되기 전 18년간 파리시장으로 재직한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시 건물에 조기를 달 것을 지시했다.

정치권에서도 애도의 움직임이 잇따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는 시라크 전 대통령의 파리 시내 자택을 이날 저녁 방문했으며, 리샤르 페랑 하원의장은 "그는 이제 프랑스 역사의 일부"라고 말했다.

극좌파 정치인인 장뤼크 멜랑숑은 "그는 다른 이들보다도 프랑스를 사랑했다"며 "그래서 우리는 그에게 고마워한다"고 트윗을 올렸다.

극우 정당 국민연합을 이끄는 마린 르펜은 "비록 그는 수십년간 '국민전선'(국민연합의 전신)의 정적이었지만, 우리는 그가 2003년 이라크전 동참을 거부한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엘리제궁 주변에는 애도를 표하고 조의록에 글을 쓰기 위해 수백명이 몰렸고, 시라크 전 대통령의 자택 인근에는 수십명이 모였다.

프랑스 유대교 지도자인 랍비 하임 코르시아는 "놀라운 용기"를 그가 보여줬다고 말했다.

시라크 전 대통령은 2차대전 당시 나치에 대항해 싸운 뒤 전후(戰後) 프랑스를 재건한 샤를 드골의 적자를 자임한 프랑스의 정통 우파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웃 나라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시라크 전 대통령이 "40년간에 걸쳐 조국의 운명을 빚은 매우 뛰어난 정치 지도자"라고 표현했다.

존슨 총리는 "프랑스 전역이, 전 세대가 그의 부재를 느끼게 될 것"이라며 시라크 전 대통령의 유족에게 프랑스어로 조의를 전했다.

1997∼2007년 영국 총리를 맡아 당시 시라크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도 "대단히 뛰어난 인물의 죽음에 매우 슬프다"고 밝혔다.

2003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함께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시라크와 대척점에 섰던 블레어 전 총리는 "때때로 우리는 견해차를 보였지만, 그는 언제나 변함없이 친절하고 관대하며 개인적으로 힘을 주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자신과 시라크 전 대통령이 유럽 안보를 위해 협력했고, 동유럽과 서유럽이 통합하는 방식으로 유럽을 확장하는데도 같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2012년 올림픽 유치를 위해 2005년 경쟁할 때도 우리는 유머와 우정의 정신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나는 언제나 그의 솔직담백한 견해 표명을 존중했다. 프랑스와 프랑스 국민에 대한 그의 깊은 사랑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는 독일인들에게 특별한 협력자이자 친구였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변화 문제를 국제적 의제로 설정하는 데 있어 "진정한 개척자였다"고 평했다.

이런 가운데 그의 정치적 수완 등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가 나오는 반면 공과에 대해선 의견이 나뉘는 등 생전의 행보가 격렬한 토론을 촉발했다고 AFP는 덧붙였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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