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美바이든 아들 조사 가능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 많아"
"트럼프와 정상회담 하며 언론에 밝혀…"바이든 아들 사건 상세 내용 몰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 우크라이나 의혹' 사건과 관련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아들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아직 조사가 시작됐는지 여부에 대해선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바이든 아들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약속했었나'라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나는 누구에게도 빚진 게 없다. 우리는 조사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새로운 (검찰총장) 루슬란 랴보샤프카가 있다. 아주 훌륭하고 정직하며 교육받고 서방 경험도 있는 사람이다. 그는 모든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 여기에 어떤 약속이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이미 그런 조사가 시작됐는가'란 질문에는 "우리에겐 훨씬 더 중요한 문제들이 있다. 이는 모든 우크라이나인에 훨씬 더 중요한 사안들이다"라면서 즉답을 피해갔다.
모든 비리 사건과 관련한 조사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으로 한때 우크라이나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바이든 아들 헌터 바이든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피한 것이다.
젤렌스키는 트럼프와의 정상회담 뒤 별도 언론 브리핑에서도 바이든 아들과 관련된 가스회사 '부리스마 홀딩스' 사건 조사는 여러 나라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논의하는 많은 형사 사건 가운데 하나이며 자신은 그 사건의 상세한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는 "(바이든 아들) 조사는 검찰총장의 일이다. 그가 모든 것을 조사할 것이다. 나는 이 사건의 전후 관계도 모른다. 솔직히 말해 이 사건의 상세한 내용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선 바이든 아들과 관련된 사건이 아주 시끄러운 일이지만 내겐 다른 나라 여러 정상들이 물으면 논의하는 수많은 사건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는 이어 독립 국가의 지도자인 그에게 누구도 압력을 행사할 수 없으며 그는 다른 나라의 선거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립은 모든 민주국가에 아주 중요한 논증"이라면서 "내 대답이 우리를 다른 나라의 선거에 끌어들이는 쪽으로 향하도록 하고 싶지 않다. 그런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과 한 전화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는 것과 관련 "(나와 다른 나라 정상들의) 모든 통화 내용을 공개해도 좋다"면서 "하지만 정상들 간의 그러한 대화는 공개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때로 지정학적 문제나 어떤 의도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민주당의 대선 주자 중 선두인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 헌터의 비리 의혹을 조사해 달라는 외압을 행사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트럼프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2016년 초 자기 아들이 소속된 에너지 회사를 수사하던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우크라이나 측을 위협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하라고 젤렌스키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당 압력 논란이 확산하면서 미 민주당은 하원 차원의 대통령 탄핵 절차에 돌입했고, 트럼프는 통화 녹취록을 전격 공개하며 반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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