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천재 다빈치의 '비트루비안 맨' 프랑스 간다
伊-佛, 다빈치-라파엘로 작품 상호 대여 합의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난민 문제 등으로 틀어졌다가 최근 관계 회복을 모색 중인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르네상스 거장의 예술 작품 교류에 나선다.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다리오 프란체스키니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과 프랑크 리스터 문화부장관은 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문화재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양측 합의에 따라 이탈리아는 올해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을, 프랑스는 내년에 라파엘로 산치오 작품을 각각 두 달 간 상대측에 대여하게 된다.
프랑스는 '르네상스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 사후 500주년을 기념해 내달 24일부터 루브르박물관에서 시작되는 특별 전시에서 다빈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는 세계적인 명작으로 꼽히는 '비트루비안 맨'(Uomo Vitruviano)도 포함돼 있다.
고대 로마의 건축가인 마르쿠스 비트루비우스 폴리오의 저서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인간의 신체 속에 담긴 우주의 질서를 묘사했다.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작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비트루비안 맨의 프랑스행은 원소장처인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장이 이례적으로 이를 허가하면서 성사됐다.
이탈리아는 최근 법이 바뀌어 문화유산을 외부에 대여하려면 반드시 소장기관장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
이탈리아는 내년 3월 로마 퀴리날레 미술관에서 열리는 라파엘로 사후 500주년 기념전시를 위해 프랑스로부터 라파엘로 작품을 대거 빌려오기로 했다.
라파엘로는 다빈치와 함께 르네상스의 전성기를 이끈 인물로 언급된다.
이번에 성사된 문화재 교류는 이탈리아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있던 2017년 이미 논의된 사안이다.
르네상스 시대를 화려하게 수놓은 두 예술가의 사후 500주년을 기념해 작품을 상호 교류하자는 취지였다. 당시에도 문화부 장관이던 프란체스키니가 논의를 주도했다.
하지만 작년 3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극우 포퓰리즘' 연정에 정권을 내주면서 사실상 백지화됐다.
연정의 한 축이던 극우 정당 동맹은 당시 "프랑스가 이탈리아 예술가의 기념행사를 독차지하려 한다"며 다빈치 작품 대여를 강하게 반대했다.
이번 문화재 교류는 지난 연정에서 난민 등 여러 민감한 이슈들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충돌하며 최악으로 치달은 이탈리아-프랑스 간 관계가 사실상 복원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긍정적인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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