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총기 바이백' 美에 참고서 될까…"트럼프 관심"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빈번한 총격 사건의 대책으로 뉴질랜드가 시행한 총기 '바이 백'(buyback·환매)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였다고 저신다 아던(39) 뉴질랜드 총리가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던 총리는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뒤 취재진에 교역, 관광 분야와 함께 총기 규제 문제를 논의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아던 총리는 "우리의 바이백 프로그램과 반자동 무기, 돌격 소총을 (민간에서) 제거하기 위해 우리가 했던 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뉴질랜드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고, 어떻게 전개됐는지도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보였다고 느꼈다"면서 "우리가 의회에서 정치적 합의를 통해 매우 빨리 대응할 수 있었던 점이 다른 이들에게 흥미를 불러왔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뉴질랜드에서는 올 3월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 2곳에 백인 우월주의자가 난입해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있었다. 51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친 이 사건은 뉴질랜드 최악의 총기 난사로 기록됐다.
뉴질랜드 정부는 즉각 총기 규제에 착수해 올 6월 20일 일반인을 대상으로 반자동 소총 등 군사용 무기를 구매가의 95%를 주고 되사는 바이 백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의회는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총기규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12월 20일까지 6개월간 예정된 이 프로그램에 뉴질랜드 정부는 총 2억800만 뉴질랜드 달러(1천59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최근까지 뉴질랜드에서 회수된 총기는 1만5천정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31일 텍사스주 오데사에서 총기 난사로 7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치는 등 8월 한 달에만 무차별 총기 난사에 50명 넘게 희생자가 나온 미국에서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바이 백 프로그램 시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일부 바이 백 프로그램 반대 목소리가 나왔지만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선 베토 오로크 텍사스주 전 하원의원은 수백만정에 이르는 AR-15, AK-47 등 자동소총을 정부가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여론을 이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총기 난사를 개인의 정신 문제 탓으로 돌리며, 총기 소유 규제를 위한 의미 있는 신원조회(백그라운드 체크)에도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곤 했다.
백악관은 호건 기들리 부대변인 명의의 발표문에서 두 정상이 바이 백 프로그램을 논의했는지는 언급하지 않고 "크라이스트처치 사건 후 뉴질랜드에 대한 변함없는 미국의 지지를 포함해 많은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아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얘기들이 미국과 미국의 법에 미칠 영향을 예단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들었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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