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佛獨 "사우디 공격 이란에 책임"…이란 "미국 흉내"(종합)
유럽 3개국 "장기 핵협상 수용" 압박…이란 "먼저 의무 이행하라"
(서울=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최근 사우디의 석유 시설이 드론 공격으로 파괴된 것과 관련, 영국과 프랑스·독일은 23일(현지시간) 그 책임이 명백하게 이란에 있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러나 이란은 이런 주장이 미국의 주장을 흉내 내는 것이라며 일축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유엔총회가 열린 미국 뉴욕에서 회담한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의 책임이 이란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들 3개국 정상은 그러면서 "(공격과 관련해) 그럴듯한 변명은 없었다. 우리는 현재 진행되는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 22일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공식적으로 이란을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개국 정상은 회담에서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2015년 국제사회와 이란이 체결한 핵 합의(JCPOA)의 유지와 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 완화 문제 등을 논의했다.
3개국 정상은 "이란은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함한 지역 안보 문제뿐만 아니라 핵 프로그램을 위한 장기적인 협상의 틀을 받아들일 때가 됐다"며 이란을 압박했다.
또 성명은 "중동지역의 긴장 해소에 관심이 있는 모든 파트너와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문제와 관련 존슨 총리는 이날 방영된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협정 체결을 제안했다.
그는 이어 "더 나은 거래를 하자. 그런 거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 있다. 그게 바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핵 합의에 서명했던 이들 유럽국가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자리프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유럽의 3개 파트너 국가들은 미국의 승인 없이 그들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 있어 마비 증세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현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JCPOA와 일치하지 않는 미국의 터무니없는 주장과 요구를 앵무새처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길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리프 장관은 이어 "현재의 핵 합의를 준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합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그동안 핵합의에 서명한 유럽 국가들에게 이란산 원유 수입과 금융 거래 재개 등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해왔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에 온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우리가 세계에 전할 메시지는 평화와 안정"이라며 "페르시아만의 상황은 매우 민감한 문제라는 것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사우디의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에 있는 아람코의 석유 설비가 예멘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 탓에 가동을 멈추는 등 혼란을 겪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은 이번 공격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란의 소행이나 연루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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