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따라 복용 최적 시간 다르다"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모든 약은 하루 몇 알을 몇 번, 식전 또는 식후에 먹어야 하는지가 복약 설명서에 기재돼 있다. 그러나 하루 중 어떤 시간에 복용해야 가장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적의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간을 찾아 투약하는 것을 시간요법(chronotherapy)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시간요법을 연구해온 영국 워릭(Warwick) 대학 의대의 로버트 달만 시간약리학 교수가 주요 의약품의 최적 복용 시간을 정리, 발표했다고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이 23일 보도했다.
달만 교수는 우리 몸에는 거의 모든 생리학적 과정을 조절하는 생체시계가 있어서 우리가 활동하는 시간, 쉬는 시간을 결정할 뿐 아니라 복용한 약물의 대사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약은 생체시계의 하루 중 가장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간을 골라서 복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먹는 약들의 복용 최적 시간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 혈압약
(종류) 안지오텐신 전환효소(ACE) 억제제(에날라프릴, 리시노프릴 등)와 베타 차단제(아테놀롤, 비소프롤롤 등)
(기전) 혈관을 이완, 확대시켜 혈류에 대한 압력을 줄임으로써 혈압을 내리게 한다.
(복용 시간) 취침 전: 취침 전에 복용하는 것이 아침에 복용하는 것보다 혈압이 많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들이 많다.
혈압은 아침에 가장 높다. 잠에서 깬 우리 몸을 각성시키기 위해서다. 자기 전에 혈압약을 복용하면 밤새 약물이 혈류에 방출돼 아침의 혈압 상승을 막아준다.
▲ 제산제
(종류)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 오메프라졸 등)와 H2 억제제(잔탁 등)
(기전) 위에서 분비되는 위산을 감소시켜 위-식도 역류증으로 인한 가슴 쓰림(heartburn)을 막아준다.
(복용 시간) 저녁 6시쯤: 위산은 저녁 7시에서 자정 사이에 분비량이 많다. PPI 복용자는 저녁 6시쯤 복용한 사람은 4분의 3이, 정오 이전에 복용한 사람은 절반 미만이 오랫동안 속이 편안함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H2 억제제(시메티딘) 복용자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저녁 식사 전에 복용하는 것이 속이 덜 불편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해열진통제
(종류)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기전) 신경 말단을 예민하게 만드는 화학물질 생성을 감소시킨다.
(복용 시간) 저녁: 아세트아미노펜은 간에서 처리된다. 아침에 복용하면 간 독성이 클 수 있다. 간에서는 NAPQI라는 효소가 아침에 가장 많이 생성되는데 아세트아미노펜이 이 효소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간 이식 환자의 거의 3분의 1이 아세트아미노펜 과다 복용 때문이다.
▲ 항응고제
(종류) 와파린, 아스피린
(기전) 상처가 발생했을 때 혈액을 응고시키는 혈소판의 기능을 억제, 심장과 뇌로 가는 동맥의 혈전 형성을 막음으로써 심근경색과 뇌졸중을 예방한다.
(복용 시간) 취침 직전: 혈소판은 대부분 밤중에 생성되기 때문에 취침 바로 전에 복용하는 것이 새벽 6시에서 정오 사이에 많이 발생하는 심근경색과 뇌졸중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 소염진통제
(종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 -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등)
(기전) 관절에 염증을 유발하는 효소의 생성을 차단, 통증을 완화한다.
(복용 시간) 취침 전: 류머티스성 관절염 환자의 경우 대부분 아침에 훨씬 심한 통증을 느낀다. 그러나 취침 전에 복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약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여러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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