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성났다" 유엔서 기후행동정상회의…트럼프 '깜짝 참석'(종합)

입력 2019-09-24 05:32
수정 2019-09-24 18:16
"지구가 성났다" 유엔서 기후행동정상회의…트럼프 '깜짝 참석'(종합)

기후변화 대응강화 계획발표 및 공유…약 60명 정상급들 연설

유엔 사무총장 "행동할 때"…교황 "대응할 기회 창 열려있어"

10대 환경운동가, 세계정상들 향해 "우릴 저버리면 용서안해"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각국 정상과 정부 대표, 산업계 및 시민사회 지도자, 국제기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번 정상회의는 오는 2021년 파리 기후변화협정 시행을 앞두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각 국가와 민간 부문의 행동 강화 계획을 발표하고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지구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 기상이변 등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자연이 성났다. 자연이 전 세계에서 분노로 반격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긴급히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삶 자체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구는 '멈추라'는 냉랭한 울부짖음을 내고 있다"면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우리가 협상할 때가 아니라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위해 행동할 때"라고 강조했다.

'탄소 중립'은 순(純)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줄이자는 얘기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기후 비상상황은 우리가 지고 있는 경기이지만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경기"라며 "과학이 '우리는 너무 늦지 않았으며,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면서 적극적 대응을 촉구했다.

청소년 환경운동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스웨덴의 10대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는 이날 회의에서 세계 정상급 인사들을 향해 "미래 세대의 눈은 여러분들을 향해 있다"면서 "여러분이 우리를 저버린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청소년들은 지난 20일 지구촌 곳곳에서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위를 벌였다.

이날 정상회의에서는 약 60개국 정상들이 자신들의 일부 계획을 발표하는 한편,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했다.

미국, 중국과 함께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비(非) 화석연료의 비율을 높일 것이라면서 2022년까지 재생에너지 능력을 175GWh(기가와트)까지, 이후 이를 450GWh까지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행동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글로벌 움직임"이라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 줄이고, 2050년에는 '기후 중립'이 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희망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는 "2030년까지 에너지의 3분의2를 재생에너지로부터 얻기를 원한다"면서 "2020년까지 마지막 원자력 발전소를, 2038년까지 석탄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탄소 오염을 증가시키는 상품 수입과 오염 배출 공장에 대한 자금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무역·금융정책에 기후변화 요소를 포함할 것을 주장했다.

중국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국가들은 기후변화 협정상 약속을 존중하고 이행해야 한다"면서 "일부 당사국의 (협정)탈퇴가 세계 공동체의 총체적인 의지를 흔들거나 국제협력의 역사적인 흐름을 되돌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협정 탈퇴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은 강력하고 신속한 목표 약속에 미치지 못했고, 유럽연합(EU)도 신속히 배출가스를 줄일 의향에 대한 신호를 발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해 "우리는 문명의 도전에 직면해있다"면서 "상황이 좋지 않고 지구가 고통받고 있지만, 기회의 창은 여전히 열려있고 여전히 (대응할) 시간이 있다"고 밝혔다.

당초 종교 자유에 관한 회의 참석을 이유로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짧은 시간이지만 회의장을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약 15분간 정상회의에 참석해 모디 인도 총리와 메르켈 독일 총리의 연설을 들은 뒤 자리를 떴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희망하건대 우리의 논의가 당신이 기후정책을 짤 때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의 언급에 방청석으로부터 웃음과 갈채가 터져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6월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5년 서명한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해 '지구촌 왕따'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기후변화론은 '중국이 만들어낸 사기'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취임후 오바마 대통령 시절 취한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등 각종 환경정책을 되돌렸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만 전날 텍사스 휴스턴에서의 최근 홍수를 언급하며 "홍수는 나에게 매우 중요하고, 기후변화, 모든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195개 협약 당사국은 지난 2015년 12월 2020년 이후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 수립을 위한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채택했다.

당사국들은 협정에서 '이번 세기말(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1.5도 선을 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2015∼2019년 지구 기후보고서'를 통해 온실가스 농도가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농도는 이전 5년(2011∼2015년)보다 20% 높아졌다고 밝혔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는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평균 온도 2도 상승을 막으려면 현재보다 3배 이상,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려면 5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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